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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Apr 13. 2018

건강은 하늘이 준 선물

있을 때 지켜라

어릴 적 달리기를 잘 했다. 운동회가 되면, 반 대표 계주 주자로 참가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교내 100m 대회에서 4등을 했다. 1등을 한 학생은 훗날 축구선수가 되었다.


단거리를 잘 뛴 건 어머니 덕이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학교 대표로 부산시 육상대회에 나갔었다.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꽤 잘 뛰었던 셈이다. 아버지도 운동을 잘 하셨다. 다부진 어깨로 팔씨름은 항상 1등을 하셨다고 했다. 언젠가는 배에서 팔씨름을 하다가 상대방의 팔이 부러진 적도 있다고 한다.(아버지는 선장 출신이다.)


단거리와는 별개로 장거리는 참 힘들었다. 오래 달리기 시험이 있는 날, 1등을 해본 기억이 없다. 반대로 꼴등한 기억은 난다. 장거리를 뛰고 나면 어김없이 '우엑, 우엑'하며 헛구역질을 했다. 밥이라도 먹고 뛴 날이며 먹은 걸 다 토했었다.


요즘은 발목을 접질려 왼쪽 발목이 시큰거린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으나, 조금만 걸어 다니면 통증이 오고, 다시 접질리곤 한다. 왼쪽 팔목도 안 좋다. 두 번째 책을 탈고할 때 무리하게 타이핑을 했었다. 팔목이 욱신거린다고 해야 할까, 찌릿찌릿한다고 해야 할까. 글쓰기를 끊어내지 않는 이상, 왼쪽 팔목 통증은 계속 갈 것 같다. 지금도 왼쪽 팔목에 팔목 보호대를 하고 있다.


지난가을부터 얼굴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아토피가 한창이다. 피부가 트기도 하고 마르기도 하고, 오돌토돌 올라오기도 하고... 땅따먹기 하듯 영토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지금도 콧구멍 옆이 가렵다. 처음에는 연고 하나를 바르다가, 지금은 2개 3개 늘어나서 물약까지 5가지를 바르고 있다.

    



'건강은 있을 때 지켜라'라는 말이 있다. 어릴 때 참 많이 들었다. 선생들이 수업 때 한 번은 건강을 강조하신 것 같다. 어릴 때는 이 말의 의미를 몰랐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고 스스로 건강하다 생각이 들었기에, 건강을 강조하는 말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렀었다.


중학교 때, 언젠가 친구 한 명이 허리 디스크로 등하굣길에 고생을 했다. 얼굴은 통증으로 가득 차 있고, 걸음은 느릿느릿했다. 보통은 등굣길에 운동장을 뱅 둘러 와야 하는데, 이 친구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학교의 작은 배려였지만, 그 배려 없이 운동장을 둘러 오고 싶었던 게 친구의 마음이었을 거다.


우리 가족은 모두들 시력이 좋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이가 들어서도 안경을 안 쓰신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나만 안경을 낀다. 초등학교 시절, 안경을 쓰고 싶어 억지로 안경을 쓰고 다닌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그냥 렌즈 없는 안경을 패션으로 썼으면 될 텐데, 당시에 무슨 마음이었는지, 당위성을 주고 싶어 렌즈에 도수를 넣어 쓰고 다녔다. '난 진짜로 눈이 안 좋아 안경 쓰는 거야! 임마.'를 말하고 싶었을 거다.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나니, 이미 나이가 들었다. 어릴 때는 조금 아파도 다시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확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디를 다치거나 안 좋아지면 겁이 난다. 병원을 다니거나 약을 써도 예전만큼 빨리 낫지 않는다. '더 이상 호전이 안 되면 어떡하지, 이대로 퇴행되어버리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아찔하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다 잃는다


어릴 적 선생님이 한 말이다. 여러 명사들로부터, 강연가로부터, 리더로부터 이 말을 들어왔다. 나는 전혀 실천을 하지 못했다. 건강을 잃는다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이제 좀 지키려고 하니, 늦은 감이 있다. '건강을 잃었다'라고 느낀 '지금'은 이미 늦어버린 게 된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잃었던 건강을.


건강한 나의 학생들은 내 말을 이해할까. 사람이 있어야 돈도 명예도 중요한 것이지, 사람이 없는데 돈이 있고 명예가 있으면 무엇하랴. 부디 나의 친구들은, 학생들은 잃기 전에 잘 관리하길 바라본다.


아침 햇살에 피어나는 새싹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글쓴이 윤태황은 한국코치협회 평생회원, 비거게임코리아 트레이너, 에듀플렉스 교육개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공부 사춘기>, <잠들어 있는 공부 능력을 깨워라>, <고3 수능 100점 올리기>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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