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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Apr 25. 2018

삼겹살 집 주인 아저씨

삶을 대하는 태도

저녁 늦게 끼니를 때우러 들어간 삼겹살 집. 처음 가보는 곳이라 긴가민가하며 들어갔다. 밖에서 모습처럼 조금은 허름하고, 환기도 잘 안되는지 연기와 냄새가 꽤 가득하다. 즐겁게 식사하는 몇 테이블을 보고, 살짝은 안도 하며 묻는다.


"몇 시까지 해요? 밥 먹을 수 있죠?"

"네? 네. 먹을 수 있습니다."


퉁명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적당한 톤의 주인아저씨는 앉으라는 눈빛을 보낸다. 서성이는 나를 보며 자리를 안내해 준다. 한테이블에만 유독 방석이 깔려 있었는데, (VIP석인가?!) 그 곳으로 안내한다. 메뉴를 보고 '생삼겹살'과 '생목살'을 시켰다. 200g 13,000원. 가격을 보면서 다른 집보다 양이 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툼한 고기가 나온다.


"사장님, 얼굴이 참 좋으시네요. 운동하세요?"

"아니요."

"그럼, 혹시 사우나 자주 하세요?"

"아니요."


잠시 말을 않고 고기를 불판 위에 놓아주던 그는 말을 잇는다.


"고기를 굽다 보니 기름이 튀어서 그런가? 돼지고기가 생각보다 기름 많이 튀어요."


피부가 좋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그의 말이 정겹다.


"숯불 원적외선을 많이 쏘으셔서 그런가 봐요."

"그런가. 하하."

"처음 와봤는데요. 고기가 두툼하고 좋아 보여서 놀랬습니다."

"아, 처음이에요? 우리 집이 여기서만 18년이에요. 이 동네에서 고기 맛있기로 소문이 났죠. 다른 집보다 양도 더 많아요. 고기도 딱 두 번만 뒤집으면 돼요. 고기에서 수분이 올라올 때쯤 그때 뒤집어요. 냉동고기랑 다르죠? 그저 정직하게 일하면 돼요."


처음 왔다는 손님 말에 친절을 베푸는 것인지, 얼굴이 좋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고기를 뒤집어 주고 잘라주기까지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놓았다.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던 고기는 구워놓으니 입에서 살살 녹았다. 생고기가 질이 좋을 때는 목살의 부드러움이 정말 좋다. 이 집 고기가 딱 그랬다.




60살 가까이 되어 보이는, 아마 넘었을지도 모를 그를 보며, 인생에 대해 잠깐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의 업을 18년 간 유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의 만남, 짧은 대화였지만, 그가 사업을 유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저 정직하게 일하면 된다는 말. 손님으로서 이 집 고기는 아깝지 않았다. 반찬이 화려하지 않았지만 정갈했다. 야채들이 싱싱했다. 1000원짜리 된장찌개는 시원했다. 기본에 충실하되, 인심은 후한 것. 음식 장사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했다.


산업별 고유한 특성이 있다.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교육업은 교육업대로, 요식업은 요식업대로. 본질에 충실하면서 고객을 후하게 대접한다면, 망할 산업은 없을 것이다. 인심을 베푸는 것, 사람을 위하는 것. 사업을 망하지 않게 유지하는 길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늦은 밤 먹은 고기임에도 속이 편안하다. 맛있는 고기를 인심 후한 집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먹은 까닭이다. 삶의 교훈은 덤으로 간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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