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은 멀리 있지 않다
어릴 때, 중학교 시절, 10분 쉬는 시간에 매점을 뛰어갔었다. 매 쉬는 시간 매점은 인산인해였다.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사발면이 아닌, 끓인 라면을 먹었는데, 매점에서 제공하는 방식이 특이했다.
라면을 주문하면, 미리 삶아놓은 면을 그릇에 넣고 김치를 얹은 후,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는 방식이었다. 이 라면 맛은 오로지 중학교 시절에만 맛볼 수 있었던 것으로, 학교 매점이라는 특수성과 어울려 우리에게 최애상품이었다. 돈이 없던 날은 젓가락만 가지고 돌아다니며 한 젓가락씩만 얻어먹어도, 한 그릇만큼 배를 채우기도 했다.
이 라면이 오늘 생각이 났다. 집에 있던 오모리김치찌개 라면의 면을 먼저 삶은 후, 그릇에 면만 담고, 국물은 따로 끓였다. 당시 먹었던 라면의 국물 맛이 약간 심심하면서 시원했던 기억이 있어서, 오모리김치찌개 라면 스프의 반만 사용을 했다.
면만 담긴 그릇에 뜨거운 국물을 부으면서 세팅을 마무리했다. 기대하며 한 젓가락을 했는데... 아...! 그때 그 맛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3분 만에 흡입한 것 같다.
이 라면 아마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면을 끓이면서 나왔던 기름기를 쫙 버렸고, 스프도 반만 사용했으니.
이 라면을 끓이면서 몇 가지 혁신적인 부분도 캐치가 되었는데, 하나는 매점 측의 노력이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도저히 라면 수요를 다 처리할 수 없기에 혁신을 해야 했다. 사발면도 물 붓고 3분 정도 기다려야 하니, 고객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 아니고...
매점 입장에서는 미리 라면을 만들어 놓되, 면이 불지 않는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것이고, 삶은 면을 시원하게 쌓아놓는 방법을 고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식을 해봤을 것이다. 삶아놓은 면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 먹어도 괜찮군!
학생 입장에서도 이득이 있다. 라면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고, 특히 라면이 뜨겁지 않다. 라면을 먹을 때 초반은 뜨겁기 때문에 후후 불면서 먹는, 라면 식히는 시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시간이 절약(save)되는 것이다. 매점 가는데 1-2분, 계산하고 라면 받는데 1-2분, 먹는데 5분,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데 1-2분. 10분 안에 라면 먹을 시간이 나오는 것이다.
당시 먹을 때는 그냥 기호식품으로 먹었는데, 커서 그 라면을 스스로 끓여보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어른이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