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열폭, 분노
화를 내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생일이었는데, 1년 치 생일 선물로 <1년 동안 화내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팀원들에게 다짐하며 선포했다. 1년 동안 화를 내지 않겠노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나를 보며, 한 명의 팀원이 웃음을 터뜨리려 했으나, 내가 너무 진지했던 나머지 그 직원은 이내 웃음을 참았다. 그리곤 한 달도 못 가서 나는 화를 내고 말았다. 스스로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약속한 선언이 실패로 끝났음에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하자, 그 팀원은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화를 내고 나면 후회가 든다.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자신에게 창피하다.
다시금, 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까닭은, 오늘에 이르러 생각을 해보니, 화에 대한 정의를 다소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화란 무엇인가?
화란 짜증의 다른 말이었다. 짜증을 내고 나면 자신이 참 못나 보였다. 짜증은 내지 않을 수 있는 영역. 다른 말로 하면, 참을 수 있는 영역이다. 짜증을 동반한 화, 이런 화만큼은 참아야 한다.
짜증은 뭔가 반복적으로 실수가 일어날 때, 성가시게 할 때, 억지로 일이 주어질 때 일어난다. 짜증이 섞인 화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짜증은 ‘배려’라는 키워드로 상쇄시킬 수 있을 듯하다. 짜증이 밀려올 때, 화를 내지 말고 '배려'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자. 실제로 배려해 보자. '그래, 실수할 수도 있지.', '그래, 내가 하지, 누가 하겠어.' 등. 단, 고혈압과 암에 걸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다.
열폭은 자격지심이다
화의 다른 이름은 열폭-열등감 폭발-이다. 열폭은 열등감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 나를 비아냥거리더라도, 나를 무시하더라도 스스로 자신감이 있다면, 내적으로 단단하다면, 그런 순간은 금방 극복할 수 있다.
열폭은 당당함과 넓은 가슴으로 벗어나자. '그래, 그렇게 말하는 거 다 이해한다. 내가 참아야지.', '밥 먹고 할 일 없나? 남 욕할 시간에 본인 일이나 하지.', '그만 좀 하세요. 그런다고 저 열 받지 않습니다. 저는 성인(聖人)이니까요.' 등. 단, 표정 관리는 제대로 하자. 얼굴 빨개지며, 울 그락 불 그락 다 표시 나니까.
분노는 어떤가?
분노는 정말 화가 났을 때 폭발하는 것이다. 분노는 참을 수 없다. 분노야 말로 진정한 화다. 단, 분노할 일인지 아닌지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용서가 안 되는 분노가 있다. 이럴 때는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노해야 한다.
분노도 지나고 나면 후회되기 마련이다. 결정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육체적인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남는 건 나에 대한 상처뿐이다. 분노도 적당히 화를 내는 것으로 치환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은 결국 <화를 구분하는 일>이다. 정말 화를 내어도 되는 일인지, 열폭과 짜증에 화를 내고 만 것인지 구분이 필요하다. 화가 제대로 표출될 때, 화도 기능을 한다. 평상시 화가 가득한 사람이 분노를 해도 사람들은 그의 메시지를 알아듣지 못한다. 양치기 소년처럼.
화가 올라올 때, 닥친 일이 짜증인지, 열폭인지, 분노인지 구분하자. 정말 화를 내야 하는 일, 분노해야 하는 일은 살아가면서 흔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분노해야 할 일이라면, 그때 마음껏 화를 내도 좋다.
나 정말 화났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