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름답다
짧지만 짧지 않은 일주일간의 전국 여행(정확히는 6일)이었지만, 느낀 것들을 짧게 적어보면,
#1 우리나라는 아름답다
#2 여행지 바가지는 없다
#3 도시들 브랜딩이 상당히 진척되어 있다
#4 도시 간 이질적인 문화가 존재한다
#5 지방 경제는 좋지 않다
#6 먹고 살 게 있어야 도시는 발전한다
등이다. 매우 단순한 명제들인데, 중소 도시들에게 녹록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 여행 경로 : 서울 - 이천 - 충주 - 수안보(1박) - 안동 - 부산(1박) - 거제(1박) - 통영 - 남해 - 광양(1박) - 고흥 - 해남 - 목포(1박) - 함평 - 군산 - 예산(수덕사) - 서울
충주 탄금대, 안동 도산서원, 하회마을, 거제 서이말 전망대, 해남 땅끝마을, 함평 나비 엑스포 공원, 예산 수덕사 등 보기만 하고 걷기만 해도 마음이 좋아지고 동화(同化)되는, 정말 동화(童話) 같은 곳들이 많다. 특히, 남해와 서해에서 맞이하는 일출이나 낙조는 찍는 사진마다 예술 작품이 된다. 눈이 정화되고 호강하는 장소들이다.
과거에는 여행을 다니다 보면, 바가지 음식, 상품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껴보니, 바가지는 거의 사라졌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서울 물가가 비싼 거다. 서울이 비싸니까 웬만해서 여행지 물가가 비싸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지 상인들의 의지다. 해외여행은 해가 갈수록 관광객이 늘어나는데, 내수는 불안 불안하다. 제주도가 비싸니까 해외를 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합리적 가격이 국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합리적 판단이 근거가 되는 것 같다.
셋째는 관광지 곳곳에 편의점이 있다. 수덕사만 해도 CU편의점과 GS25편의점이 있다. 편의점이 물가 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다. 정가가 있으니 옆에서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 이 점은 편의점에게 매우 칭찬한다. 합리적 가격에 합리적 여행과 소비를 할 수 있다.
안동은 정신문화의 도시다. 충주는 한강의 시작점인 물의 도시다. 함평은 나비의 도시다. 고흥은 나로호 우주센터와 유자차를 가지고 있다. 해남은 땅끝마을을, 군산은 근대역사박물관이 있다. 거제는 조선업이 발달했지만, 조선업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관광과 해수욕장 등으로 유명했다. 이번 여행에서 도시들 브랜딩이 상당히 발달했고 도시들 간 브랜드 경쟁력의 차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함평이나 안동, 해남은 브랜딩이 잘 된 도시다. 반면 수안보 온천은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고흥은 아직 브랜딩이 덜 되었고, 군산이나 목포의 관광 브랜딩은 보통 수준으로 보인다. 함평의 예를 들면, 함평은 마을 곳곳에 세워진 마을 표지석을 나비, 무당벌레, 장수벌레 등 각 종 곤충으로 형상화시켜 놨다. 국도를 지나면서 그 표지석들 보는 재미도 상당한데, 영광으로 잠깐만 넘어와도 그런 재미는 없어진다. 함평의 브랜딩 디테일이 돋보이는 한 장면이다.
전남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전북이고 전북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충남, 충남에 조금 옆으로 가면 경기도다. 경기도에서 조금 내려가면 충북이고 충북에 조금 내려가면 경북이다. 경북에서 조금 내려가면 부산, 조금 옆으로 가면 경남이다. 경남에서 다리 건너면 전남... 우리나라는 이렇게 따닥따닥 붙어 있는데, 각 도시들을 지나다 보면 말투나 음식들이 다르고 정서도 조금씩 다르다.
전라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투리가 심하지 않았고, 전라도 내륙은 여행객을 맞이하는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에 아직 경상도나 전라도 바닷가 쪽은 덜 다듬어진 특유의 억센 기운들이 있었다. 바다 사람들이 원래 세다고는 하지만 관광을 브랜딩 한다는 차원에서는 고객 응대(?)에 신경을 좀 더 쓰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전라도의 김치가 맛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전라도 김치는 어떤 음식점을 가도 대체로 맛이 있었다. 부러운 문화다.
하긴 문화가 이질적이어야 브랜딩이 되고 개성이 드러난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불친절이 문화의 긍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 툭툭대면서 말은 다 들어준다고 해서 '츤데레'라는 말도 있지만, 속 깊은 정과 불친절은 구별해야 할 요소다. 불친절이 문화가 될 수는 없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그대로다. 몇몇 도시는 관광 외에 뚜렷한 산업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가 우리는 농사 지어 밥 먹고 살긴 했지만, 불 꺼진 도시를 보면서 이 도시들은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나 걱정도 된다.
전국 여행을 하다 보면, 생각의 기준이 서울 중심에서 나라 전체로 넓어진다. 미국 뉴욕의 집값도 소도시 집값과는 다르고, 중국의 베이징, 일본 도쿄, 영국, 프랑스 할 것 없이 중심 도시의 집값은 서울처럼 다 높다. 서울의 집값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의 눈으로 봤을 때 타당한 정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정치인이나 정부가 고민하는 대목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종시의 출현이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처음에는 좋지 않게 봤었다.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여행을 하다 보니,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각 도시로의 이전이 생경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도시별로 동력이 있어야 한다. 모든 도시가 관광지만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자체적인 산업이 있어야 한다. 농업이 주가 되었던 도시는 농업 경쟁력을 더 높이고 관광이 주가 되었다면 더 공부하고 브랜딩을 강화해야 한다.
왜 어떤 도시는 살아나고 왜 어떤 도시는 죽고 있을까. 이것은 우열의 관계가 아닌, 독창성과 개성의 문제다. 문화라는 것, 관광이라는 것은 본디 누가 더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의 문제다. 짜장면이 맛있다고 일주일 내내 중국집만 갈 수는 없다. 한식도 먹고, 백반도 먹고, 일식도 먹고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관광지라도 그 관광지만 매일 갈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지역의 특색에 맞춰 개성적으로 브랜딩 하는 것이 결국 지역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벤치마킹은 하되 똑같이 따라 하면 일류는 절대 될 수 없다. 일류 도시가 될 것인가 이류 도시가 될 것인가는 결국 지역민들의 몫이다.
여행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휴식을 위한 여행이었다기보다 전국 유람, 시찰단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번 여행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잤고 잘 먹었고 잘 즐겼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에서 위대함도 느끼고 희망도 봤다.
한 마디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면, “우리나라는 아름답다.” 원더풀 코리아다.
※ 사용 카메라 : 삼성 갤럭시 노트9 & SONY RX-100 MK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