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는 누구일까
다른 사람들이 보내주는 나의 얼굴은 낯설 때가 있다. 여러 사진을 보내주고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다른 사진을 고를 텐데, 다른 이가 딱 한 장의 사진을 보내주면 그 사진을 유심히 보게 된다.
내 얼굴이 이렇게 생겼던가?
우리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진보다 실물이 나으세요."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한다. "실물보다 사진이 나으세요. 뽀샵 잘했네요."
사진을 엄청 왜곡되게 수정하지 않은 이상, 저 얼굴도 '나(self)'가 맞고, 이 얼굴도 '나(self)'가 맞다. 다만, 사람에 따라 내 얼굴에 대한 인지 방식이 다른 거다.
그러니까 거울 혹은 사진을 통해 보는 내 모습이 나(self)이기도 하지만, 또한 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헙. 도대체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내 얼굴을 인지하는 방식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이걸 알게 되자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 저분에게는 내 얼굴이, 표정이 꽤나 밝게 다가가는구나, 이분에게는 내 얼굴(표정)이 어둡게 나타나는구나...
한 가지 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이 얼굴(표정)에 대한 인식은 상대방의 받아들이는 방식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결국 나는 하나인데, 여러 가지 느낌의 사진이 나타나는 이유. 인간이 가지는 감정, 표정이 다양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또한 중요할 것이다.
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나'를 전달할 수는 없겠구나...
나는 이 깨달음을 통해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 상대방을 볼 때, 사람은 다들 긍정성도 부정성도 가지고 있는데,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그 부분이 부각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 사람이 우호적이고 긍정적으로 다가오면 그 사람의 밝은 면을 보고자 할 것이고, 그 사람을 적대적으로 바라본다면 그 사람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이 먼저 캐치될 것이다.
이 생각은 그대로 사진을 통해 전달된다. 사진 찍는 사진사의 느낌이 그대로 반영이 되어서 사진에 나타나는 거다. 그리곤 그 사진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찍었다고 할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멋지게, 이쁘게, 생기 있게 찍었다고 말할 것이다. 사진을 건네받은 이가 만족하든 안 하든.
인간은 만 가지 감정과 표정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우울한 사람도 때론 웃고, 아무리 밝은 사람도 때론 운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내 머리에 각인시킬 것인가.
잘 나온 사진의 기준, 좋은 느낌의 기준이 옛날에는 스스로 고른 사진에 대한 만족이었다면, 이제는 골라 준 사진을 보며 나 자신을 객관화시키려 노력한다.
세상 사람들은 나의 이런 사진(표정, 얼굴)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면, 평소에 이런 표정 지으며 살려고, 감정을 가지려고 노력을 해보게 된다.
이런 생각이 어쩌면 나를 '알에서 또 한 번 꺼내 주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낯선 사진을 보며 적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