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간고사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중3 아이들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졸업고사라고도 한다. 이 시험을 끝으로 아이들은 고입 입시를 준비한다. 입시를 앞둔 중학교는 분주하다. 학생들 성적 산출에, 입시 상담에 학교 수업은 대부분 외부 강연, 활동 등으로 채워진다.
이 시기, 중3 아이들은 가장 많은 자유를 느끼면서 놀 수도 있고, 자신의 온전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진짜’ 공부를 할 수도 있는, 중요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Now, 지금이 중3에게 중요한 이유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를 보고 좌절하여 상담을 오는 학부모와 학생이 많다. 중간고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음먹고 공부했으니 기말고사라도 잘 보자 싶지만, 1학기 종합 성적은 참담하다. 5~6등급으로 채워진 성적표를 가지고 부모님들은 학원을 찾아 헤맨다.
다급한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중3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점부터 고1 입학 때까지 공부를 소홀히 했다는 것.
중 1~2학년 때 겪어보지 못한 장기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지자 우리 중3 아이들은 학교 혹은 집에서 실컷 놀고 또 놀고 한 것이다. 뭐든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는다. 노는 것도 놀면 놀수록 더 재밌게 놀고 싶고 더 많이 놀고 싶어 진다.
중3 겨울방학을 열심히 보낸 아이들도 고등학교 공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이렇게 열심히, 전문적으로 놀았던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정체되거나 떨어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중학교 때처럼 공부했는데 고등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
고등학교는 대학교를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본다.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되는지 판단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의 결과가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친다. 수능 시험의 범위는 고등학교 교과과정 전체 범위다.
고등학교 공부는 중학교 공부보다 수준이 한 단계 높다. 양은 2-3배 많다. 수학 문제집을 예를 들어보자. 중학교 수학 문제집은 1학기 분량이 200페이지 정도 되지만, 수학의 정석, 수학의 바이블 등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 1학기 분량은 500페이지 정도 된다. 문제의 난이도는 당연히 고등학교 과정이 더 어렵다. 공부의 양과 질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보면 대략 고등학교 공부는 중학교 공부의 3배 정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고등학교 공부를 중학교 때처럼 공부하니 당연히 고등학교 입학 후 시험을 보면 성적이 떨어진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학습 습관을 교정하려 하지만, 학기 때는 학교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찬 스케줄이다. 빠른 등교 시간, 방과 후 수업, 야간자율학습 등 고등학교에 적응하랴, 공부량에 적응하랴 준비되지 않은 고1은 이중고, 삼중고를 겪게 된다.
중3 100일, 공부 그릇을 키워야 한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실패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중3 학생과 학부모는 다급해진다. 다급한 학부모와 학생은 무턱대고 선행부터 시작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량이 많아진다고 했으니, 미리미리 공부를 해놓자는 것이다. 소화할 수 없는데 많은 음식을 준다고 다 먹을 수 있을까? 많은 음식은 소화불량을 만들고 몸을 망가뜨릴 뿐이다.
기말고사가 끝난 중3들은 공부 소화력부터 키워야 한다. 지금부터는 학습 역량을 키워야 한다. 공부 그릇을 키워야 한다. ‘묻지마 선행 학습’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빈 곳을 찾아보고 차근히 후행학습부터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중학교 1학년 공부부터 차근차근 다시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아니면 차근히 후행 학습을 할 시간은 확보되지 않는다. 중3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약 100일간의 시간이 유일하게 ‘마음껏’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기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자유롭게 마음껏 해도 좋다. 고등학교 3월이 시작되면 학교 진도는 앞만 보며 달려가게 된다. 빠르게 진행되는 학교 진도만 잘 따라가며 소화해도 최소 3등급은 받는다.
고등학교 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려면?
게으른 토끼보다 꾸준한 거북이가 이긴다. 고등학교 공부는 장기 레이스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에 비유한다. 이런 고등학교 공부를 소화하려면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지만, 특히 공부 체력이 중요하다.
김연아든 박태환이든 손흥민이든 기본적으로 하는 운동이 있다. 기초 체력 훈련이다. 김연아라고 해서 점프 연습만 하는 건 아니며, 손흥민이라고 해서 슈팅 연습만 하는 건 아니다. 점프를 잘할 수 있게, 슈팅을 잘할 수 있게 기본 근육량을 늘리는 기초 체력 훈련을 한다.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공부 기초체력은 중학교 공부다. 중학교 공부가 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 공부는 쌓이지 않는다. 사상누각이다. 탄탄한 중학교 공부가 뒷받침될 때 고등학교 공부가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초 체력이 있어야만 급할 때는 뛰어도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놀기만 할 수 있는가? 우리가 평생 휴식만 하고 놀기만 하면 좋겠지만, 인간은 ‘생산’ 활동도 반드시 해야 한다. 성인이 되어 생산 활동에 원활히 참여하기 위해 우리는 학교를 다니고 지식을 쌓는다. 많은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 전문 지식을 쌓기도 한다. 이런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 기초체력을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중3 100일, 무엇을 해야 하는가?
중3 100일 동안 잊지 않고 해야 할 일이 진로, 진학에 대한 탐구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깊이 있게 진로를 탐색해야 한다.
진로가 정해지면 고등학교 생활이 수월해진다. 문과 이과 수업 중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어떤 동아리에 들어갈지, 어떤 독서 활동을 할지 등 다양한 문제에 진로는 영향을 준다.
최근 뉴스를 보면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있을 예정이라고 하나, 현재 중3들이 대학을 가는 2023학년도 대입전형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은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입시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아서 방향을 갑작스럽게 틀기가 어렵다.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10년의 시간을 두면서 서서히 바뀐 것처럼, 학생부 종합 전형도 서서히 방법이 변경될 것이다. 현재 중3들이 대학 갈 때까지는 유효한 입시 전형이라는 소리다.
진로의 틀이 결정되면 고등학교 생활은 한결 수월해진다. 중3 100일 동안 다양한 독서와 체험 활동, 사고를 통해 진로 선택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오늘 쓴 약이 내일의 보약이다
비록 지금은 놀고 싶고 공부하기 싫더라도 꾸준하게 후행 학습과 독서, 진로 고민으로 중3 100일을 보낸 학생들은 고1 중간고사부터 웃기 시작한다. 먹을 때는 쓰게 느껴졌던 약이지만 훗날 알고 보니 그것이 보약이었던 셈이다.
공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꾸준히 준비한 학생들이 모두 고등학교에 가서 웃었다. 그건 선배들이 증명을 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기초를 튼튼히 해서 고등학교를 갈 때, 마라톤과 같은 공부에서 지치지 않는다.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게 된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그 날을 생각하며 중3 100일을 소중히 보내길 당부한다.
중3 100일, 이 글을 읽는 지금부터 스타트다.
19. 11. 11. 공부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