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100%가 능사는 아니다
오늘이 수능 성적 발표일이었다.(밤 12시가 지났으니 어제라고 해야 하나.)
결과를 보고 있자면, 수능을 100% 반영하는 정시전형이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는 것 같아 몇 글자를 남기고자 한다.
토익 시험을 보면 '대박달', '쪽박달'이라는 말이 있다. 내 실력은 지난 달이나 이번 달이나 비슷한 거 같은데, 어떤 달은 토익 점수가 대박 나고 어떤 달은 토익 점수가 쪽박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만에 원하는 토익 성적을 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있기에 우리는 토익을 연달아서 몇 달씩 보곤 한다. 언젠가 한번 나에게 대박달이 오겠거니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수능은 불수능, 물수능 같은 용어를 통해서 난이도를 표현한다. 수능이 어려우면 불수능, 수능이 쉬우면 물수능이다. 그런데 이런 물수능, 불수능이 단지 난이도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수능을 근간으로 하는 <정시 전형>의 문제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작년 수능을 생각해 보자
국어가 너무 어렵게 나와서, 소위 말하는 불수능이라 국어 잘 본 학생들이 대학을 잘 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국어 잘 보는 학생이 대학 잘 가면 안 되냐고 항변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과 학생은 수학이나 과탐을 좀 잘 보고, 문과 학생은 국어나 영어, 사탐을 잘 봐서 대학을 가는 것이 좀 더 이치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년의 경우, 이과에서 만점 혹은 만점에 가까운 국어 1등급, 수학 3등급 받은 학생이 국어 3등급, 수학 1등급 받은 다른 이과 학생보다 정시 전형에서 유리했고 실제 대학을 더 잘 갔다. 이런 현상, 이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올해는?
이런 불상사를 막고자 올해 국어는 평이했다. 그런데, 올해는 문과 수학이 불수능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어 1등급, 수학 2등급인 문과생이 국어 2등급, 수학 만점 혹은 만점에 가까운 1등급 문과생보다 정시 전형에서 불리한 상황이 벌어진다.
좀 더 들어가 설명해 보면, 수능은 표준점수를 활용하는데, 표준점수는 평균이 낮은 상태에서 나의 점수가 높을수록 표준점수가 높게 나온다. 그러니, 평균이 낮게 나오는 불수능일 때 만점 혹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게 되면 될수록 표준점수는 급격히 뛰어오른다.
수능 100%, 정시 전형의 문제점
정리를 해보면, 똑같은 학교의 똑같은 학과인데도, 특히 최상위권, 상위권 대학이라면, 작년에는 국어 잘 본 아이들이 대거 합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어떨까. 문과의 경우, 작년에는 국어 잘하는 애들이 대거 뽑혔을 학과에 올해는 수학을 잘 본 애들이 대거 뽑힐 가능성이 크다.
올해랑 작년이랑 이 대학, 이 학과의 특성이 특별히 바뀔 리가 있나. 그 대학, 그 학과는 그대로 있는데,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과탐, 사탐 등 과목의 불수능이냐 물수능이냐에 따라 합격, 불합격이 좌우되는 촌극이 벌어진다. 전공적합성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학종, 수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게 된다. 한 번의 시험이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가. 한 번의 시험으로 그 학생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게 옳은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다.
무엇이 평등이고 무엇이 공정이며 무엇이 가장 이치에 맞는 전형인지 판단하기 참 어렵다. 그런데 적어도 정시 전형, 수능 100% 전형 또한 완전무결한 입시 전형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차악이라 했던가. 최악은 피하자고 차악을 선택하는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한다.
입시 참 어렵다. 그렇다고 손 놓고 포기할 수도 없다. 교육이 곧 국가의 미래 아니던가. 아이들에게 혼란과 좌절을 주는 입시 전형이 아닌, 꿈과 희망을 주는 입시 전형이 하루 빨리 완성되길 기대해 본다.
2019. 12. 5.
공부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