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k Sep 07. 2020

또 하나의 소비 - 태블릿

삼성 갤탭 s7과 엘지 탭북의 만남 ~ 돌고 도는 하모니 

 

또 하나의 소비를 실천에 옮겼다. 그러지 말자 하면서 말이다. 작은 태블릿을 가지고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노트를 정리하는 재미가 솔솔 했다. 삼성 노트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다양한 정보와 강의 자료를 한눈에 정리할 수 있게 되자 신세계를 만난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메모나 기록을 찾을 필요도 없고 가방 안에서 자칫 잘못 찌그러질 수 있는 구겨진 노트를 만날 일도 없고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 정도라 매우 만족했다. 작은 책 한 권 크기여서 책 읽는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길어지면서 2학기도 영상을 제작하거나 화상으로 진행하게 됐다. 물론 노트북으로 자료를 준비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게 제일 좋다. 모든 프로그램과 호환이 가능하고 수월하게 수업이 진행될 수 있어서, 태블릿은 수업 중 강의 노트를 보는 혹은 급히 자료를 검색해 보는 보조 자료로 좋은 기기였다. 그런데 영상 제작을 할 때는 상황이 달랐다.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그런 시간이 들었다. 번거로웠고 불편했다. 처음에는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했지만 작은 휴대폰(싫은 내 휴대폰은 작은 크기가 아니다. 판매되는 것 중 가장 큰 화면이니깐)으로 강의 영상을 만드는 시간이 누적되다 보니 피로가 쌓였다. 


'태블릿을 살까? 아니야, 화면이 커질수록 휴대성은 낮아, 그냥 참자.' 뭐 그런 혼자만의 긍긍이가 되었다. 삼성 갤럭시 탭 s6 시리즈부터 탭을 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너무 낭비가 아닌지 고민스러워 참았던 터였다. s7이 나오면서는 참기가 힘들어졌다. 그 사이 노트 10+를 사용했고, 갤탭 A with Spen으로 인해 S펜의 세계에 발을 너무 크게 디뎌 놓아서였다. 고민을 하다가 탭 s7 을 질렀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길에서 기본적인 세팅을 다 하고 집에 오자마자 테스트로 영상 강의 자료를 만들어 봤다. 휴대폰에 있던 기능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이 기본이셔서 그런지 너무 편하다.


내장된 펜이 아니어서 S펜이 굴러다니기 바빠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노트를 작성할 때는 그립감이 훨씬 좋고 펜으로 이것 저적 끄적이고 app를 컨트롤하는 데는 무척 편했다. 작은 탭을 사용할 때는 노트를 할 때면 가로로 방향을 바꾸어 사용하는 것 또한 일이었는데 11인치 정도가 되니 가로, 세로 모든 모든에서 노트 작성이 훨씬 편했다. 몇십 분 만에 또 하나의 노트 기록을 뚝딱 해치워버렸다.


점점 호기심이 생겨 북커버가 오기 전에 키보드를 장착하고 다른 문서 작업도 할 수 있을지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집에 있는 벌써 6~8년 전이 되어 버린 엘지 탭북 키보드를 다시 꺼내 봤다. 먼지를 닦고 블루투스를 켜서 두 기기를 연결했다. 그런데 가만히 두고 보니 둘 다 11인치 기본 기기여서 그런지 같이 두니 하나의 세트 같은 느낌이 든다. 탭북은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 멀리 이동해야 하는 힘겨움에 큰 마음으로 샀던 노트북이었다. 그때를 태블릿이 없어도 괜찮았고 노트북이 없어도 됐다. 그 두 가지의 만족감을 하나로 해결해 주는 탭북이 있었으니깐(내가 구매한 것은 슬라이딩 방식이 아니라 완전히 분리되는 버전이었다.) 같이 나란히 이쁘게 있는 두 기기를 보니 뭔가 모르게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필요한 욕구도 필요한 시간도 선형적으로만 나가는 것 같지는 않다. 이것이 필요하니 저것이 필요하고 저것을 해 보니 이전의 이것을 다시 들추게 되고, 뭐 그런. 

이렇게 기기를 질렀으니 더 이상의 소비와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당분간은 모든 구매를 접어야 할 듯하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인 이유로 소비가 준 것이 아니라, 집콕의 여파로 더 이상의 욕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가 작년보다 훨씬 많이 줄었지만 말이다. 조금 더 줄어야겠다. 원래 집콕 라이프여서 불편함을 못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일을 위해 외출하는 것조차 차단되다 보니 더 이상의 소비가 일어나지 않았다. 온라인 택배 구매보다는 우연히 지나가가다 "저건 있었으면 했는데" 이런 생각에 소비를 하는 사람인지라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면 물건을 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갑갑함을 느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조용한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는 것, 인적이 드문 또 다른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 미술관에 한 번쯤 들러보는 걸 못하는데서 오는 피로도뿐인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집콕의 삶, 충전기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