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나요? 생명의 소리가
책을 주문했다. 온라인 주문 배송은 오랜 시간이 걸린단 말에 주문을 미리 해 놓고 빨리 찾아오기로 마음을 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지만 걸어가서 빨리 물건만 바로 가지고 온다면 택배로 버려지는 쓰레기보다 낫지 않을지 그런 생각에서였다. 책을 받아 들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환풍구에서는 실내를 시원하게 해 준 공기 바람이 큰 소리를 내뿜으며 도시 거리를 시끄럽게 하고 있었다. 건물 옆 사이를 걸어 나오는데 작은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눈에 그들의 존재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소리로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다. 마음을 여니, 그 소리를 알아채기 시작하니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린다. 거대 환풍구 소리에 묻혀 사라질 뻔 한 생명의 소리 말이다.
조심해야 한다. 부지런해져야 한다. 인류는 20세기 이후에 너무 만은 잔혹함과 폭력성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생명이 있는지 무감 감해졌고 너무나도 잔인하게 그들의 공간을 파괴했다. 이곳에 사는 이 작은 생명도 자연의 모습에 의해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뒤덮어 버리고 그저 "나는 이래도 고민한 사람이요"라고 말하듯 구석 어딘가에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작게 만든 잔인한 인간의 공간에 갇혀 버린 존재가 되어 버렸다.
사람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문명과의 거리두기, 인간과 생태계와의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