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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 Aug 24. 2020

집콕의 삶, 충전기 일상

코로나 19로 바뀌지 않는 시간

코로나 19는 집콕 실천 주의자에게는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언제나 그렇듯 집에만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집콕이 권장되고 있어 요청되는 미팅을 거절하기가 아주 용이하다. 바깥나들이를 잘 하지 않는 습관을 아는 사람들은 시도 조차 안 하지만 잘 모르는 경우에는 점심을 먹자던지 집에 놀러 오라는 이야기를 간혹 아주 간혹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말로 정중히 거절한다.


집콕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가한 것은 아니다. 한동안은 일이 없어서 한가하기도 했지만 대면으로 예정되어 있던 일들이 비대면으로 변경되면서 약간 바빠졌기 때문이다. 7월을 넘기고 8월이 되면서 사회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걸, 요청받는 일들을 통해 체감하게 됐다. 그러나 요 며칠 예정됐던 일들이 취소되면서 다른 방식으로 삶의 전환이 또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동일한 아주 규칙적인 집콕 생활.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 한잔을 내리고 인센스를 피우고 창문 밖을 바라본다. 오늘은 무엇을 할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월요일 아침이면 일과 관련된 메시지나 메일이 도착해 있기도 하다. 이럴 때면 그걸 확인하는 게 일상의 최우선에 자리한다.  


충전기와 함께 하는 삶

집콕 생활에서 가장 유의해야 하는 게 충전이다. 우스꽝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의 일상에서는 그렇다. 여러 충전기를 사용하는 대신 하나의 충전기로만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C-type으로 대부분의 기기들의 충전이 통일되면서 굳이 여러 개의 충전기를 동시에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물건을 살 때마다 딸려오는 충전기도 줄여야 하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을 자주 갖게 된다. 급속 충전이 가능한 단 하나의 충전기로 노트북, 휴대폰, 태블릿을 돌려쓰다 보니 기기 하나가 방전되기 전에 재빨리 재충전에 들어가야 한다.


잠깐 방심을 하면 영상을 보면서 작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하는 일이라는 게 자료를 정리하거나 기록하는 것, 그리고 자료를 만드는 것이기에 이것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약간의 심리적 현상 즉, 불편한 감정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과 저녁이면 충전기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창밖을 보고 차분히 앉아 나만의 시간으로 사는 게 집콕 생활이라 여겼는데, 드러눕고 싶을 때 여러 개의 쿠션을 벗 삼아 뒹굴거리는 게 집콕 생활이라 여겼는데 나도 모르게 기기들을 바라보며 언제 충전해야 하지? 늘 고민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충전기에 집중한다는 것은 나의 시간이 디지털 매체에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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