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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 Dec 23. 2020

언제까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프리랜서의 삶의 장점은 원하지 않는 일은 정중히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일이 들어와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들 중에는 생계를 위해 경제적 조건 때문에 하는 일과 그냥 관계에 의해 하는 일로 나누어진다. 후자의 경우도 약간의 사례비가 따르긴 하지만 다시 그만큼 그곳으로 되돌아가는 구조이다. 코로나 19로 미뤄졌던 일들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생각보다 너무 벅찬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일이 생기거나 더 나은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오직 미뤄졌던 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어진 시간에 비해 일을 해 내야 하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다. 거기에다가 이와 비슷한 상황 때문에 너무 바빠서 마감일을 못 지키는 파트너가 발생하거나 파트너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더 급작스러웠고 마감일에 임박해 몰리기 일쑤였다.


어김없이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나의 의지나 시간 통제와 상관없이 타자에 의해 이렇게 들이닥치는 불안한 일들이 한 달 넘게 지속되다 보니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급기야 내가 다른 파트너랑 약속하고 해 오던 일들에 악영향이 미치기 시작하자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일 양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것은 기본이고 속이 불편하거나 두통, 무기력, 근육통이 따르기도 했다. 결국엔 약까지 의지해야 하는. 


이런 일들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언제까지 이렇게 보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도 든다.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무기력에 빠져 들고 힘들어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계속 노력하고 있으나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큰 압박을 느끼게 된다'는 정신의학과 의사의 말이 귀에 박힌다. '이건 내 이야기야' 그런 마음이 든 것이다.


겨우 한 달 만에 잠시나마 그 일에서 해방된 시간을 가졌다. 일이 마무리되고 그 마무리를 위해 메일과 문자가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았던 시간이 오늘 잠시 멈춘 것이다. 조금은 차분하게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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