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미니멀리즘, 이젠 두 개가 아닌 세 개
세탁소에서 알림 문자가 왔다. 얼마 전에 맡겨둔 이불 빨래가 끝났다는 소식이다.
갑자기 찾아온 겨울 날씨에 코타츠를 꺼내 조립하고 겨울 이불 2개를 포개어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이불에 음식을 쏟았다. 한동안 휘몰아치는 일 덕분에 실수가 잦았던 때였다. 자꾸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거나 엎지르기도 해 매우 당황했던 한 주였다.
잦은 실수 때문에 내가 이렇게 또 '~을 먹다가' 이불에 엎지르는 것은 아닌지 속으로 중얼거리던 중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몸이 겨울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던 때라 이 불 두 개를 포개어 놓았던 터라 한 순간, 집에 있는 모든 이불이 모조리 더러워진 것이다.
세탁소에 이불을 들고 가 맡기면서 주인장님과의 대화 중 이불이 없어서 이불을 사러 가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불을 찾으러 가니 "진짜 이불을 삿냐"라고 물어보신다.
내가 "네"라고 하니 살짝 놀라워하신다.
싫은 여름 이불을 제외하면 나에게 딱 2개의 이불이 있다. 하나는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 사용하는 가벼운 이불, 또 다른 하나는 겨울 추위를 견디게 해 주는 이불이다. 바닥에 까는 러그를 제외하면 이 두 개가 내 집에 있는 모든 이불이다.
그날 이불을 세탁소에 맡기고 새로운 이불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 다행히 세일을 하고 있어서 안 그대로 저렴한 가격의 이불을 더 착한 가격에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곤 날씨가 조금 풀려 크게 추위 걱정 없이 보냈다. 내가 이불을 늦게 찾으러 가 세탁소 주인장님이 내심 걱정이 되었나 보다. 이불을 찾으러 간 나를 정말 걱정하는 눈으로 봐주셨기 때문에 그 마음이 읽혔다.
그런 주인장님께 "네, 이불 사러 갔어요. 왜냐면 집에 이불이 여기에 맡긴 딱 2개뿐이었거든요"라고 이야기 나누고 세탁소를 나왔다. 곁에 있던 또 다른 손님이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면서 언젠가부터 쓸데없는 침구류를 왕창 줄였다. 계절별 커튼도 모조리 정리하고 이케아에서 공기정화가 되는 커튼을 구매해 교체했다. 구옥에 살다 보니 이것저것 멀쩡한 곳이 없어서 커튼과 러그로 집이 도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저렴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 덧없다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스쳐갔고 그날로 모든 걸 정리하고 이불 2개, 쿠션 겸 배게 2개, 러그 2개만 남기고 모조리 없앴던 터였다. 이불을 찾아보고 나니 이불이 3개가 되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또 어디에다 두지?', '그날 좀 조심하지', '이불을 하나씩 섰어야 했는데' 뭐, 이런 혼잣말을 계속 꺼내었다. 혹시나 교체가 필요할까봐 최소한의 숫자인 2개만 남기고 모조리 정리한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아무튼 어느 날의 실수로 나에게는 과분한 숫자인 3개의 이불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