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그리고 디지털 청소
인생도 업데이트가 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업데이트를 했다.
모바일 기기에 대해 엄청난 지식이나 해박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업데이트 소식이 들리면 어김없이 무모하게 업데이트를 하곤 한다. 어디에서 이런 용기가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과감하게 업데이트를 했다.
일부 테크 유튜버들이 "아직은 업데이트를 하지 마세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냥 업데이트 버튼을 누르고만 것이다.
그리고 카카오톡을 다운받아서 갤럭시 탭 S7에서 실행했다.
처음에는 몇 번 이상한 안내문구가 떴다. 그걸 보고서도 무시하고 그대로 스마트폰과 갤럭시 탭을 연결시켰다.
새롭게 '짠' 등장하는 갤럭시 탭에서의 카카오톡.
이전 모든 데이터(대화 내용)는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신기하게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데이터를 날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노트북에 있는 데이터도 몇 번인가 날린 적이 있었고, 외장하드에 고이 모셔둔 데이터도 어느 한순간 모두 다 사라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서는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종이보다도 더 허약한 것이 디지털 기계에 있는 데이터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내용은 반드시 종이에 적어두고 보관해야 된다고 한다.
간혹 과거의 기록이나 기억을 찾아보고 싶어서 노트 나 노트북을 뒤적거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인 것 같다.
오래전에 공부했던 혹은 남겨두었던 자료들이 필요한 것은 나의 인생 여정에서의 추억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자료들이나 정보, 지식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때의 아이디어-생각의 고리들- 들이 필요할 뿐이다.
그것은 지금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곤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자료들이나 정보 지식들은 소용이 없다.
너무 빨리 세상이 바뀌어 지금 이 순간에 생성되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재생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카카오톡 데이터가 모두 사라진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카카오톡 대화에 있는 모든 기록을 삭제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혹여나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그대로 놔둔 것들이 많기에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정리된 것이 다행이다 싶다.
다만 상대방 대화창에서는 어떻게 보일지가 살짝 궁금할 뿐이다.
인생의 업데이트는 데이터의 업데이트가 아니다.
기록해 둔 메모가 중요하고 저널이 매우 중요하기도 하다.
그러한 고유한 생각의 연결고리들, 아이디어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불필요한 것이 될 뿐이다.
웹상에 있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보존하고 유지하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탄소 배출량이 생성되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메일 함도 조금씩 조금씩 지워 가고 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 등 많은 웹상에서의 데이터들을 지워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했었다.
그걸 자연스럽게 실천해 버린 것이다.
웹상에서 모아놓기만 하는 수많은 정보들. 그것들이 치여 살지 않기 위해서는 정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구 생태계, 우리의 환경을 보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것이 나의 삶을 정돈하고 맑고 밝게 깊이 있게 사는 방식이기도 하다.
자의 반 타의 반 나는 디지털 청소를 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