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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 Jun 09. 2020

몸과의 대화

고요함 속에서 마음과 몸을 들여다보다.

마루 바닥에 매트를 놓는다. 조용히 음악을 틀고 누워서 몸을 좌우로 부드럽게 흔들 듯 움직인다. 일주일에 몇 번씩 갖는 나의 몸과의 대화. 직장 생활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의 일상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했다.


지금이 과중한 일이 있거나 날씨가 안 좋을 때면 몸에 안 좋은 신호가 온다. 그럴 때면 아침에는 호흡을 하며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그런 시간을 갖지 않으면 하루 종일 몸이 삐그덕 거린다. 때로는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저녁이면 가볍게 스트레칭과 몇 가지 움직임을 하고 호흡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물리 치료사도 아니고 요가 수련자도 아니지만 그렇게 나의 몸을 스스로 돌본다.


일주일에 몇 번씩은 집에서 나와 2시간 넘게 몸에 집중하는 시간을 따로 챙긴다. 바닥에 누워 깊은 호흡을 하고 감각을 일깨운다. 몸의 긴장과 이완을 느끼고 내 몸 구석구석을 탐색한다. 이제는 호흡을 할 때마다 미묘하게 요동치는 내 몸의 반응을 느낀다. 어깨, 척수, 골반, 고관절 등 한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느끼는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나를 위한 시간이다.


아픈 곳을 낫게 한다거나 날씬해지겠다거나 그런  치료와 미용의 목적으로 이런 시간을 갖는 건 아니다. 나를 위한 하나의 습관으로 조금씩 채워나가면서 만들어진 루틴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시간을 내는 것도 힘들었고, 조금 힘들다 싶으면 쉬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준비를 하고 나가는 것도 귀챦은 날이 있었다. 그러한 마음을 다잡는 것부터 준비의 시작이었다. 주 1회 하던 시간을 주 3회로 늘리고 바닥에 누워 천천히, 느리게 움직이던 움직임에서 Bar를 이용해 조금 더 강도 있는 움직임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살짝 흔들렸던 날도 많았다. 쉬고 싶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몇 달을 견디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안해졌다. 몸이 편안해진 것뿐 아니라 힘과 탄력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 몸을 내 마음에 맞춰 움직이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호흡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고, 움직임과 몸을 느끼는 순간은 마음을 다듬는 시간이 된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몸의 반응, 매일 같이 하지만 매번 같지 않는 내 몸을 느낄 때면 그 자체를 인정해야 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꾸준하게 차분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맞이하는 선생님들이 있어 게을러진 내 마음을 다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선생님들의 신호와 움직임을 곁에서 느끼면서 온전하게 마음과 몸을 자각하는 이 즐거움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바닥에 누워 편안한 움직임을 탐색하고 마사지를 하거나, 걷는 움직임으로 마음을 느끼거나, Bar로 몸의 균형과 긴장감을 느끼는 매 순간이 고요하고 차분한 태도를 요청하고 있기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항상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이제는 이러한 즐거움을 누군가와 나누고 공유하는 삶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 시간 또한 나에게는 선물과 같은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중했던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설레임과 기쁨, 그것이 또 다른 활력이 되고 있다.


무엇인가를 위한 목적으로만 살아가기 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중요해진 지금의 시간에 몸으로 마음을 느끼고 마음으로 몸을 돌보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자기 배려와 돌봄으로서의 실천이 아닐까? 

(Foucault, M.의 <비판이라 무엇일까? 자기 수양>을 읽고부터는 자기 배려와 돌봄이 소중하게 와 닿았다.)


#몸


날이 갑자기 더워졌다. 시작 전에 공간을 정리하고 음악을 체크하면서 마음을 준비한다. 차분해질 수 있는 마음을 갖기 위해 오늘도 몸을 들여다 보고 몸으로 나와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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