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재회가 가져다준 나의 영어 공부 동기부여
그냥 평범한 화요일 오후였어요.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제 앞에 서더라고요. 고개를 들어보니... "어?" 몇 달 전에 지하철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그 캐나다 사람이었어요. 마크였나? 맷이었나?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상황에서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어요.
"Hey! How have you been? I remember you from the subway!"
그 순간, 제 머릿속에서 비상벨이 울렸어요.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상황이 온 거예요. 그것도 예고도 없이, 준비할 시간도 없이 말이죠.
여러분도 아시죠? 그 기분. 갑작스럽게 시험을 보게 된 것 같은 그 당황스러움. 마치 잠옷 차림으로 갑자기 무대에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Oh... hi... yes... I remember..." 겨우 이 정도 말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거든요.
"I was just thinking about our conversation the other day. You mentioned you were learning English, right? How's that going?"
아, 맞다. 그때 저는 영어 공부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었죠.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영어 공부 잘 되고 있어요!"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민망했어요.
제 머릿속은 그때 마치 고장 난 번역기 같았어요. 한국어로는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있는데, 영어로는 한 문장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그런 상태였거든요.
"Uh... it's... it's going... well... I think..." 정말 어색한 대답이었어요. 저 스스로도 "이게 뭔 대답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마크(일단 마크라고 부르자)는 친절했어요. 제가 답답해하는 걸 눈치챘는지, 좀 더 천천히, 간단하게 말해주더라고요.
"That's great! What kind of studying are you doing? Books? Apps?"
이건 좀 쉬운 질문이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답해봤죠.
"I use... book... and... uh... application in phone..."
문법도 엉성하고, 발음도 어색했지만, 그래도 의미는 전달된 것 같았어요. 마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Cool!"이라고 했거든요.
진짜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기본적인 대화였지만요. 그 순간 저는 제 영어 실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어요. 머릿속에서는 "요즘 토익 공부하고 있는데, 문법책도 보고 단어도 외우고 있어요. 그런데 스피킹이 제일 어려워요"라고 말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영어로는 한 문장도 제대로 만들 수 없었어요.
마크가 또 물어봤어요.
"Do you practice speaking with anyone?"
이 질문에는 정말 답하고 싶었어요. 스피킹 연습을 안 해서 고민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 머뭇거렸어요.
"No... I don't have... uh... person to practice..."
그 순간, 제 뇌 속 '영어 조종사'는 이미 조종간을 놓고 도망쳤고, 대신 당황본능 원숭이가 탑승한 상태였죠. 말하고 싶은 건 많은데, 영어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왔어요.
마크는 여전히 친절했어요.
"That's the hardest part, isn't it? Finding someone to practice with. But your English is pretty good! Keep practicing!"
격려의 말이었지만, 저는 속으로 "좋긴 뭐가 좋아..."라고 생각했어요. 방금 전까지의 대화를 돌이켜보니, 제대로 된 문장을 한 개도 못 만들었거든요.
그때 마크의 친구가 나타났어요. 한국 사람이었는데, 마크와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더라고요. "Sorry I'm late! Traffic was crazy." 이런 식으로요. 그 친구의 영어는 정말 자연스러웠어요. 발음도 좋고, 표현도 다양하고...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었는데, 나는 굳이 그 상황에서 비교를 해버렸어요. 왜냐고요? 나니까요. 남과 비교하는 걸 좋아하는 나니까요.
마크가 작별 인사를 했어요.
"Nice seeing you again! Good luck with your English studies!"
저는 "Thank you... see you later!"라고 대답했는데, 그것도 어색했어요. "See you later"라고 했는데,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맞는 표현인지 의문이었거든요.
그들이 가고 나서, 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방금 전 대화를 머릿속으로 다시 재생해보면서, "아, 이럴 때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저 표현은 뭐라고 하는 거였지?" 이런 생각들이 계속 돌았어요.
특히 아쉬웠던 건,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영어 공부가 어렵다는 것, 스피킹 연습할 기회가 없다는 것,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는데, 결국 "책이랑 앱 쓴다"는 말밖에 못했거든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완벽하게 계획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영어 공부도 역시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컸어요. 머릿속으로는 유창하게 대화하는 제 모습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버벅거리기만 했던 거죠.
그날 밤, 집에 와서 곰곰 생각해봤어요. "내가 지금까지 뭘 공부한 거지?" 토익 문법, 단어 암기, 독해 연습... 분명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정작 실제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쓸 수 없었어요.
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어요. "위험! 위험! 실전 경험 부족!" 그제야 깨달았어요. 제가 그동안 공부한 건 '시험용 영어'였지, '소통용 영어'가 아니었다는 걸요.
며칠 후, 또 다른 깨달음이 있었어요. 그 상황에서 당황했던 이유가 단순히 영어 실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요. 영어로 말할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실전 경험이 부족했던 거죠.
생각해보니, 저는 그동안 '영어 공부'는 했지만 '영어 사용'은 안 했던 거예요. 마치 수영 이론만 공부하고 물에는 안 들어가는 것 같은 거였죠.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어요. 문법이나 단어 암기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써볼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일단 혼자서라도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시작했어요. 거울 앞에서 "How was your day?"라고 물어보고, "It was good. I studied English and met a friend."라고 답하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며칠 하니까 조금씩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영어 일기도 써보기 시작했어요. 하루에 세 문장이라도, 오늘 있었던 일을 영어로 써보는 거예요.
"Today I met a foreign friend on the street. I was nervous but I tried to talk with him. I realized I need more practice."
요즘에는 카페에서 외국인을 보면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이 생겨요. 물론 아직 용기는 없지만, 예전처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가장 큰 변화는 영어 공부에 대한 관점이에요. 예전에는 '시험 점수 올리기'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소통하기'가 목표가 됐어요.
그날의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 영어 실력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게 됐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부해야 할지도 명확해졌거든요.
다음에 마크를 만나면 좀 더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어색하겠지만, 적어도 "How have you been? I've been practicing English conversation!"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 영어 공부는 정말 중요해요. 특히 실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영어 말이에요. 책상에서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진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영어요. 음... 그냥 지금 오늘 있었던 일이라도 영어로 한 문장 써봐야겠네요. 다음 우연한 만남을 위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