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나만의 작심삼일 활용법
또 실패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이번엔 다르다"고 다짐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똑같더라고요. 침대에서 나오기 싫고, 계획표는 구겨져 있고, 어제 산 비싼 영양제는 식탁 위에서 저를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고... 아, 또 삼일이구나. 정확히 삼일.
그런데 이상한 건, 이번엔 크게 좌절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 예정대로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이제 작심삼일의 달인이거든요. 아니, 정확히는 작심삼일을 극복한 달인이에요.
여러분도 아시죠? 그 기분. 새해 첫날이나 월요일 아침에 "이번엔 진짜다!" 하면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그 설렘. 저도 매년, 매월, 매주 그랬어요. 다이어트, 영어 공부, 독서, 운동, early bird 되기... 리스트만 써도 A4 용지 한 장이 모자랄 정도였죠.
하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어요. 첫째 날은 의욕 넘치고, 둘째 날은 조금 힘들고, 셋째 날은... 포기. 이 패턴이 너무 정확해서, 나중에는 달력에 미리 표시해둘 정도였어요. "1월 3일: 다이어트 포기 예정일"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자신이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왜 나는 항상 삼일만 하고 그만둘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꾸준히 하는 거지?" 이런 생각에 빠져서 자책하기 바빴거든요.
제 머릿속은 그때 마치 고장 난 세탁기 같았어요. 계속 같은 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하고, 결국 아무것도 깨끗하게 안 되는... 그런 상태였죠.
특히 공부가 제일 문제였어요. 첫째 날에는 "오늘부터 매일 2시간씩 영어 공부한다!" 하면서 계획표도 예쁘게 만들고, 교재도 새로 사고, 심지어 스터디 카페 이용권까지 끊었거든요. 둘째 날에는 "어제보다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할 만하네!" 하면서 뿌듯해했죠.
그런데 셋째 날이 되면, 갑자기 모든 게 지루해지는 거예요. 어제까지 재미있던 영어 교재가 갑자기 최고의 수면제로 변하고, 스터디 카페 가는 길이 히말라야 등반하는 것처럼 멀게 느껴지고... "오늘 하루만 쉬자. 내일부터 다시 하면 돼." 이렇게 생각하면, 그 '내일'은 절대 오지 않았어요.
진짜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요. 저는 정말로 삼일 공부하고 포기하는 걸 수십 번 반복했거든요. 그때마다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만 더 깊어졌죠.
운동은 더 심각했어요. 첫째 날에는 "몸짱 되겠다!" 하면서 헬스장에서 2시간 동안 모든 기구를 다 써봤어요. 물론 방법도 잘 모르면서요. 둘째 날에는 "어? 근육이 좀 아픈데 이게 운동한 증거인가?" 하면서 뿌듯해했고요.
그런데 셋째 날 아침에 일어나면... 아, 그 고통이란요. 온몸이 트럭에 치인 것 같고, 계단 내려가는 것도 고문이고, 심지어 웃는 것도 아팠어요. 복근이 아프니까요. 그 순간, 제 뇌 속 '운동 조종사'는 이미 조종간을 놓고 도망쳤고, 대신 침대사랑 원숭이가 탑승한 상태였죠.
"오늘은 근육 회복의 날이야. 과학적으로 휴식이 필요해." 이런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내면서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휴식'은 보통 6개월 정도 지속됐죠.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었는데, 나는 굳이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했어요. 왜냐고요? 나니까요. 학습능력이 없는 나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해봤어요. "내가 작심삼일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작심삼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게 문제 아닐까?"
생각해보니 삼일도 대단한 거잖아요. 아무것도 안 하던 사람이 삼일 동안 뭔가를 했다는 건,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저는 항상 삼일 후에 포기하는 것만 보고, 삼일 동안 한 것은 무시했던 거죠.
그래서 전략을 바꿨어요. 아예 삼일을 기본 단위로 설정한 거예요. "100일 운동하기" 대신 "3일 운동하기"로요. 그리고 삼일이 끝나면, 새로운 삼일을 시작하는 거죠.
처음에는 이상했어요. "고작 삼일 계획이라니, 너무 소극적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해보니까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일단 목표 달성이 쉬워졌어요. 삼일 운동하기는 정말 할 만했거든요. 첫째 날 의욕 넘치고, 둘째 날 조금 힘들고, 셋째 날 포기하고 싶지만... 어차피 오늘까지만 하면 되니까 그냥 했어요.
그리고 삼일이 끝나면, "와, 나 목표 달성했네!" 하는 성취감이 들었어요. 그 전에는 항상 "또 실패했다"는 좌절감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성공했다"는 기분이었죠.
더 신기한 건, 삼일 쉬고 나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진다는 거였어요. "지난번에 삼일 했으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완벽하게 계획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다르더라고요. 계획 자체를 현실적으로 세웠으니까요. 삼일 운동하기, 삼일 영어 공부하기, 삼일 독서하기...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몇 달을 하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운동은 보통 삼일 하고 이틀 쉬고, 공부는 삼일 하고 사나흘 쉬고, 독서는 삼일 하고 일주일 쉬고... 이런 식으로 제 나름의 리듬이 생긴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쉬는 기간을 '실패'가 아니라 '준비 기간'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거예요. "다음 삼일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까, 죄책감이 없어졌어요.
내 머릿속은 이제 마치 교대 근무하는 회사 같아요. 공부 부서가 삼일 일하면, 휴식 부서가 며칠 일하고, 그 다음에 운동 부서가 삼일 일하고...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죠.
요즘에는 친구들이 "너 요즘 부지런하다"고 해요. 실제로는 여전히 삼일마다 그만두고 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지속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그래서 이제 "작심삼일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물론 여전히 삼일마다 그만두지만, 그것을 극복의 과정으로 보고 있거든요. 마치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운 거예요. 들이쉬고 내쉬고, 시작하고 멈추고.
가끔 사람들이 물어봐요. "비결이 뭐야?"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해요. "작심삼일을 인정하는 거예요. 그리고 삼일 후에 새로운 작심삼일을 시작하는 거죠."
처음에는 다들 "그게 무슨 극복이야?"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과가 나와요. 일 년 동안 작심삼일을 100번 하면, 300일 동안 뭔가를 한 거거든요. 이전에는 작심삼일 한 번 하고 포기했으니까, 3일밖에 안 했던 거죠.
물론 완벽하지는 않아요. 가끔 삼일도 못 채우고 포기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작심이일"이라고 부르면서 넘어가죠. "오늘은 이틀짜리 프로젝트였나 보다"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어쩌다 삼일을 넘겨서 일주일, 한 달 이어갈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에요. "와, 오늘은 삼일째가 아니네? 신기하다!" 이런 느낌으로요.
결국 저는 깨달았어요. 극복이라는 게 꼭 문제를 없애는 게 아니라,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요.
그러니까 여러분, 작심삼일이 문제가 아니에요. 작심삼일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죠. 삼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거든요. 음... 그냥 지금 내일부터 시작할 새로운 작심삼일이나 계획해봐야겠네요. 어차피 삼일 후면 또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