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속았다.

by 승아리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게 무엇이든 시간을 보내고

여유로이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차들

해뜨기 전 버스 안 사람들

저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다니.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중학교 시절, 자정 넘기기가 자연스러워지며

아침에 일어나는 건 괴로움과 고통이었다.


고등학생때는 숨 넘어갈 듯 뛰어가 정문을 겨우 통과

헐떡이며 올라간 교실은 0교시 ebs시청으로 고요했다.

고3 때 0교시 ebs를 제대로 들었다면 내 입시 결과는 달라졌을까?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시도 안 해본 건 아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보려 했다.

그러나 집중도 안되고 짜증만 더 날뿐..


6시 50분, 알람과 함께 라디오를 켠다.

7시 곧 테이 라디오가 시작된다.


누워있기가 부끄럽게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경쾌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힘차게 프로그램을 연다.

그의 목소리에

남편도 아이도 서서히 일어난다.

볼륨을 높인다.

테이의 진행텐션에 맞춰 출근 준비를 한다.

몇 년을 이렇게 우리 가족은 그의 한결같은 에너지를 도움받아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테이는 어디서 저 에너지가 나올까?"

"새벽에 일어나서 매일 같은 시간에.. 대단해"

"아침형 인간이겠지?"

"재밌으니까, 좋아하니까 가능하겠지?"

"난 못 해. 난 아침 라디오 죽어도 못할 거야."


테이는

아침형 인간이고, 저 일이 죽도록 좋아서 한다.

그래서 매일, 몇 년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이었다.


12.30. 아침.

테이가 어제 2025년 MBC연예대상에서 라디오 최우수상을 받았단다.

내 일처럼 기쁘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테이의 수상소감을 찾아듣는다.


"아침에 라디오를 맡게 될 줄 몰랐는데.. 1년 지날 때부터는 진짜 힘들었구요. 2년을 지나고 나니까 진짜 미칠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도 진짜 일어나기 싫었는데 일어날 때마다 저를 바로 잡아줬던 거는, 문 앞에 나서자마자 보여요. 너무나 나의 그 게으른 생각에 반대되는 너무나 열심히 일어나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이저를 늘 반성하게 했고... "


미친 듯이 일어나기 싫었다는 그의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목구멍에 큰 알사탕이 하나 박힌다.

그랬구나..

싫었구나..

그런데도 내색하나 없이 해왔던 거구나.

이런 노력과 성숙한 태도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아침을 열었구나.

뭔가 그에게 속은 느낌이었다.

그는 나보다 어른이었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좋아하기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던 건

오만함이었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고

내가 힘든 건 남도 힘든거다.

이 단순한 사실을 잊고 산다.


그날 이후,

그의 방송이 마냥 아침잠 깨는 용으로 들리지 않는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