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력, 창의력 그리고 인간중심능력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최근 들어 <4차 산업>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시지 않으셨나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아마 다들 아실 텐데요.
간단하게 의미를 정의해 본다면,
[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 ]이라고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저로서는 '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를 통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굳이 사람이 지식을 외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런 의문이 드는 이유에는 웬만한 지식은 인공지능이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의사결정 내리는 것 또한 가능해진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기존에 중요했던 암기력이나 이해력 중심 교육은 더 이상 새로운 시대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카이스트의 신성철 총장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했는데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능력은 이해력, 암기력이 아니라 여러 학문을 융합시키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 <창의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올린 PBL (Problem-Based Learning / Project-Based Learning) 문제 중심 학습방법이 더욱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PBL 수업 방식과 효과에 대해 눈여겨보신다면 앞으로 학습자들의 <창의력>을 향상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지난번 포스팅했던 PBL 관련 글 참고)
문득, 한 프로그램이 생각이 나네요. 전국 고등학교에서 50개의 문제를 풀어 최후의 1인이 골든벨을 울리는 문제 학습 프로그램, <골든벨> 다들 한 번쯤은 보신 적 있으시죠? 남들이 모르는 지식을 아는 것이 최고의 학생인 것처럼 보이는 골든벨 프로그램. 물론, 최후의 1인이 되는 학생들을 보면서 '어린 나이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대단하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1인이 아닌 나머지 학생들이 대단하지 않다는 것도 아닐 테지요.
저 또한 그러한 학창 시절을 보내왔는데요,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공식'을 습득하는 것에만 길들여져 정해진 답을 구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학창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중, 고등학교는 물론이거니와 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이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는 토의와 토론보다는 교수에게 전해지는 모든 내용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적어가며 외우고 공부하는 것이 더욱 익숙합니다.
하지만 창의력과 융합능력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러한 교육방식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 카이스트와 충남교육청, 경기외고 등 5개 기관과 함께 충남도 소재 고교생들 8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습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현재 교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시스템이 과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죠.
이 실험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아마 다들 상상이 되시겠지만.
'현재의 내신평가 등 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의 창의력과 융합력을 측정하고 향상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른 테스트를 실시했는데요. 바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평가하는 테스트'로 잘 알려져 있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시험>을 치르게 하였습니다.
#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시험이란?
1992년 제네바의 국제학교와 국제학교협회를 중심으로 설립된 국제 공통 대학 입학 자격제도.(또는 국제 수능시험)
본부가 인정하는 학교에서 2년간 수업을 받은 후 공통으로 실시하는 입학시험에 합격되면 이 제도를 실시하는 가맹 국가의 대학에 입학하거나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됨
그렇다면, 수많은 시험 중에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IB) 시험을 채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IB 시험은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실험 도구로 활용된 IB 테스트는 시험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커리큘럼)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접근이 쉬워지는데요. 교육과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IB 시험에 대해 "IB는 하나의 교과과정 안에 수능, 내신, 논술, 비교과 활동 등이 융합되어 있으며, 이 모든 교육과정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는 목표에 수렴되어 있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즉, IB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윤리적 인성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교육과정 "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실험을 통해 IB테스트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후기입니다.
한 학생은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고도 제가 공부 방향만 잘 잡으면 충분히 잘 치를 수 있을 것 같은 시험이었어요. 지금은 족집게 과외에다 유명 스타강사 강의를 들어야만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하는데, 시험이 이렇게 나온다면 굳이 그렇게 공부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라고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재미있었느냐', 라는 질문에 대부의 학생들은 "그렇다"라고 답을 하였습니다.
정해진 정답을 달달 외우고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하고 그것을 통해 건설해 나가는 과정>에 어느 정도의 재미를 느낀 다는 뜻이 아닐까 싶네요.
저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어렸을 때,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됐던 능력이 바로 '영어 단어 암기력'이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예진이는 영어단어 잘 외우기는 친구"로 통할 정도였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영어단어는 정말 영어시험을 위한 단기간의 '암기력'을 발휘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암기했던 모든 것들이 사회생활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해진 답을 알고 있는 능력은 더 이상 이 시대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시대에서 그러한 암기는 인공지능이 다 하고 있을 테니깐 말이죠. 굳이 시간을 쏟아부어 암기를 하지 않아도 말 한마디, 요청에 따라 인공지능의 방대한 지식들이 무수히 쏟아질 테니깐 말이죠.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인공지능이 갖지 못하는, 할 수 없는 능력>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애플 CEO 쿡이 MIT 연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인공지능의 진정한 위기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에서 나올 것이다. 인간이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상황, 즉 가치나 연민과 같은 감정을 배제하고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생각하고 행동하는 상황이 더 걱정된다."라고 말이죠.
그러한 능력에는 지금까지 계속 강조되었던 <융합력과 창의력> 그리고 하나 더,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인간 중심 능력>이 아닐까요?
<융합력> <창의력> 그리고 <인간 중심 능력>, 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어딜 가나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 꼭 한 번쯤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능력을 키워가기 위해서 학습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성인 학습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저에게도 꼭 짚고 넘어가야 부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