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한편

09. 새하얀해

목동과 소년, 그리고 아스라이 흐르는 샛별

by 김의목

목동과 소년, 그리고 아스라이 흐르는 샛별


#9. <새하얀해>


겨울이 별 일
없이 지나간다.

별 하나 수 놓은 것이
겨우내의 유일

차라리 잃을바에야 낫다는 웃음에 빠져나간다.

오늘은 설국의
마지막 설레임.

뭉근히 어제의
사계를 들춰버린 나머지

휘영청 내 마음
물감이 번졌다.

봄여름의 초록에
가을겨울 서리가 번져버린 마음.

차라리 불길이었음 타버렸을텐데.

여울의 마지막 설레임을 발견한 소년은 어제의 고목에 앉았다.

묵색 목판에 다시
백돌의 무더기를 쏟아낸다.

쏟아지는 백돌이 부러웠을까.

같이 자신도 쏟아버린 소년은 초원에 누운 채 고목을 올려다본다.

초록잎 격자,
하늘색 백돌.

그것이 다가 아니었음을,
그것에 끌려 갇혔었음을.

서에서 북으로 파랑을 그렸다.
마음에 든다.

동해서 남서로 직선을 그었다.
마음에 들었다.

땅에서 땅으로 선을 긋던 아이는
하늘로 호선을 그어올린 소년이 되었고.

나는 샛별의 옥석을 주워다
잿빛 밤바다에 수제비를 틔었다.

초봄이 이 곳
오늘에 일렁인다.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가고 돌아오는 생명의 전륜.

오래쓴 혜성의 라벤더를 서랍에 밀어넣고 다시 국화의 화분을 꺼내든 나머지 웃음이 삐져나왔다.

나이든 척 하더니.

정리한 서랍의 라디오에서 회색의 숨소리가 틔었다.

새해 날씨입니다.

햇살은 맑음
달빛은 밝음.

샛별의 파랑이 내리는 날.
하얀 장화를 챙겨야.


사진: Unsplash의 Aaron Bu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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