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바바 Dec 11. 2023

블랙타이거쉬림프 피자로 충분하다

“에잇, 더 이상 학교 못다니겠네! "

"너 이런 식으로 할거야! 선생님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나보다 훌쩍하게 큰 녀석의 팔이 나를 밀치고 급기야 나를 밀어버렸다. 학급의 아이들은 자신들 눈앞에서 맥을 못추고 고꾸라지는 선생님을 보며 무너지는 교권과 함께, 이제 한 놈이 자의든 타의든(타의에 더 가깝게) 학교를 나가게 되나부다 하고 숨죽여 지켜보았다. 지키지 못한 무언가의 비참함에 그 날 하루 나는 교사 정말 해먹기 힘들다며 추스르기 힘든 하루를 보냈다.


일주일 뒤 좀 진정이 되어 나타났던 녀석에게 나를 밀치고 욕지거리를 했던 사실은 다 함구하고, 이제 고3이니 졸업은 하자고 좀만 참자고, 아픈 엄마를 생각하자고 설득하는 날이 또 몇 날이었다. 그리고 어찌어찌 그 해 그 녀석 졸업을 시켰다. 그녀석은 몇 해 전부터 내가 유일한 자신의 스승이라며, 자신을 기억하냐며 전화로 소식을 전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중졸로 마무리했을 것이라며 많이 많이 고마워하며 때때마다 전화를 잊지 않았다.


학교라는 세상속에서 참으로 많은 궂은 일들을 보았고, 보고있다. 가까이서 보아도 비극이고 멀리서 보아도 비극인데 학교폭력업무를 보는 중 그 녀석의 전화가 온건 아이러니였다. “선생님, 재판받고 4월에 교도소를 들어가서 6월에 집행유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스승의 날에 연락을 못드렸어요. 잘 계시죠? 헤헤.” 이런,, 내 마음은 어쩌자고 콩닥이는 것인가! 무서웠던 게 맞았는데,, 나는 한껏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여전히 쿨한 교사인 척 하고 싶었다.


“뭐, 교도소? 어이구 녀석아 무슨 일이래, 허 참” 분명 비극적인데, 녀석은 비극은 커녕 여기저기 교도소 체험기(?)를 신나게 얘기해주며, 학교에서 정신 못차린 놈들 여기 며칠만 보내면 다 해결될거라고 했다. 아직도 명백히 철이 안든 나의 제자는 그리하여 나의 근황을 걱정해주었다.

 학폭을 맡고 있고 여러 가지 일들에 시달리느라 좀 바쁘다는 나에게, 장학사 일이 힘들다고 들었다며 선생님, 건강하셔야죠, 말안듣는 애들 저에게 얘기해주세요. 했다. 왠지 그 말이 믿음직스럽다. 뭔가 음지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와 줄 것만 같았다.


 선생님, 거기서는 형기를 가장 많이 받은 죄수가 갑이더라구요. 16년 형을 받은 누구에 비해서 자기는 괜찮은 거라고. 그래 괜찮아야지, 집행유예 끝날 때까지 사고 치면 안돼, 착하게 살아야 돼. 그러면서 요즘 제일 맛있게 먹고 있다며 블랙쉬림프 라지로 파스타까지 넣은 기프티콘을 주었다.


바람 쌀쌀하게 부는 어느 저녁 밥을 하기는 귀찮고 간단히 떼울 저녁꺼리를 찾느라 핸드폰을 뒤져서 나온 녀석의 기프티콘. 피자 가게를 들러 결제를 하고 받아들었다. 예상보다 너무 큰 피자는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였다. '허 녀석도 참.. 이 큰 걸 보낸거라니..'


내 신체의 반은 넘을 것 같이 큰 피자를 받아 들고 나는 여러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졌지만 판사, 변호사 제자보다 이 녀석의 유쾌한 목소리가 다시 생각나 웃음 지었다.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제자가 사준 피자라니 말이다.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자고 서너번의 나의 당부를 마치고 다시 전화할 때까지 잘 계시라는 녀석의 진심어린 인사로 통화는 마무리 되었다. 10년 전 너에게 선사한 졸업이라는 선물이 이렇게 블랙타이거쉬림프 피자와 함께 돌아왔구나. 다 전하지 못한 마음 여기에 남겨본다. 나는 너의 영원한 스승님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즐거운 아침맞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