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산 임영웅 콘서트를 다녀와서
부산 벡스코 앞에는 하늘색 옷을 입은 사람으로 붐볐다. 족히 나보다는 10살 정도는 더 많아보이는 아지매들이 상기된 얼굴로 저마다 흥분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아직 1시간이나 남은 콘서트를 기다리느라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저 1시간 뒤에 뵙게 될 그 분이면 족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만나기 전 느낄 수 있는 설레임을 충분히 느끼고자 서둘러 나온 것 같았다. 이번에 나는 비교적 잘보이는 자리에 좌석을 잡을 수 있었다. 동무도 함께였다. 큰 무대와 번쩍거리는 조명에 더해서 내가 이제껏 본 중에 가장 큰 전광판이 전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드디어 가수가 입장을 했다.
임영웅이었다.
오직 임영웅을 위한 오직 임영웅에 의한 오직 임영웅 외엔 그 어떤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는 무대였다. 한 사람을 위해 그토록 많은 것들이 오직 그 한사람에 집중되어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함성과 가수만을 좇아다니는 수만 개의 시선. 임영웅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관객 한 명 한 명마다에 발자국을 찍는 듯했다.
나는 그가 부러웠다.
팬들은 임영웅이 잘생겼다고 했다(그럼 차은우는 신?). 임영웅이 하는 것은 뭐든 다 좋아했다. 노래는 잘부르니 더 말할 것은 없었고, 춤도 잘춘다고 했다(그럼 스우파는 신?). 인간이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맹목적으로 좋아할 수 있구나. 그것도 세상만사 살만큼 살아본 언니야들이 말그대로 푹 빠져있었다. 사연이 당선되어 임영웅의 사인을 받게 된 팬을 내 뒤에 앉아 있던 언니야는 너무나도 부러워했다. 그 사인 받아서 정말 좋겠다며 진심 부러워했다.(내가 복사하듯 해드릴 수도 있는데?). 가수가 관객석 사이로 지나가자 팬들은 또 스러지듯 좋아했다.
'시선'
나도 학생들의 시선을 받던 사람이었다. 오늘 준비한 내 수업을 펼쳐 보이고자 교실로 들어서면 아이들의 60개의 눈이 나를 바라(보아야만 했는데,, 쩝)봤다. 나는 긴장된 모습으로 한명 한명을 바라보며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도 나누면서 매시간 한 편의 공연을 하였다. 한 시간 수업이란 내겐 그런 것이었다. 아이들을 들었다 놨다 휘어잡아 50분 끝까지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나와의 수업이 끝나고 나면 여운이 남아 다시 나의 수업을 클릭하게 할 요량으로. 그리고 선생님의 노력이 그들에게 감동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매일 공연(수업)이 있으니 의상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그래서 옷을 많이 샀다는..핑계...쩝). 내가 지나가면 스러진 아이들은 벌떡벌떡 일어났다. 한 대 맞을까봐...쩝..
임영웅은 2시간이 넘게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그들과 그 수많은 이들과 눈을 맞추었고 미소를 주었고 줄줄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물을 마셔가며 자신을 찾아와준 팬들을 위해 그 날 하루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공연을 위해 준비했던 시간은 그 몇배일 것이다. 나는 그걸 잘 안다. 임영웅을 칭찬하고 싶은 이유이다.
더 칭찬해야 할 것은 '영웅시대'(임영웅 팬클럽)이다. 그들이 보내는 무조건적인 신뢰는 임영웅을 춤추게 할 것이니 말이다. 그저 임영웅과 그의 팬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 관계가 부러울 따름이다.
교사와 학생간에도 스승과 제자라는 사회적 범주 속에서 우리들만의 신뢰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됐나? 됐다! 라고 서로 응답할 수 있는 신뢰말이다. 적어도 사회가 우리 사이를 의심하기 전까지 우리는 통했다. 그 무조건적인 믿음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로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때쯤 나는 더이상 수업을 하지 않는 장학사로 전직을 했다.
이제 나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뒤에서 뛰는 사람이 되어야 할 터이다. 무대를 준비해주고 학생과 선생님이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할 터이다. 잘할지 모르겠다. 잘될지도 모르겠다. 선생님과 학생이 모두 영웅이 될 수 있는 시대, 아름다운 우리들만의 시절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2시간 여의 임영웅의 콘서트가 내게 남긴 간절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