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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바바 Dec 11. 2023

즐거운 아침맞이

즐거운 아침맞이라니...

아이들의 표정은 뭐라 할까,,

내가 즐겁게 출근하는 학교가 아이들에게는 이렇게도 괴로운 곳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게 하는 표정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끼리 순번을 정해 아침맞이에 나섰다. 나는 아침맞이가 즐겁지 않았다. 평소보다 30여분은 일찍 와야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침맞이가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의 표정이 그렇게 어두울 수가 없었다. 아침맞이에 나선 나의 얼굴도 따라 어두워졌다.

1999년 처음 교직을 시작했을 때는 그래도 아침 등교를 하면서 교문 앞에 서있는 어색한 뽀글 파마머리 선생님을 보며 웃어주기도 했었는데, 손도 흔들어주기도 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해가 거듭할수록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잔뜩 인상을 쓰고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건네는 것조차 미안했다.

물론 걔 중에는 좀 살아있는 아이들도 있긴 했다. 저만치서 교문 앞에 서 있는 담임선생님을 보며 어디론가 숨는 아이들. 담임이 교실 앞에 서있는 것도 싫어하는 아이들을 교문 앞에서 먼저 맞이했으니.. 그런 아이들은 마치 사람의 기척을 느낀 바퀴벌레가 잽싸게 사방으로 사라지듯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십중팔구는 담배를 태우러 가는 것이었다. 잡으러 가야할지 모른 척 해야할지 교육학 이론은 하나도 도움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제각각 세상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출근 아니 등교했다.


학교 가라고 해서 왔겠지, 수업 들으라고 해서 하는 거지, 밥은 시간 됐다고 먹으라고 해서 먹는 거고, 친구도 세상도 학교도 통째로 다 싫은 아이들. 그 기분을 오롯이 얼굴에 담아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는 오늘 하루 내가 하려고 준비해온 수업 내용을 다시 바꾸어 보았다. 바꾸려고 노력했다.

말대가리, 닭대가리 가면을 쓰고 아이들 앞에서 광대도 되어보았다. 한동안 마술도 연습했다. 카드 마술, 링 마술, 신문지 접어서 물을 붇고 네 방향으로 접어도 흐르지 않고 다시 컵에 물을 담아내는 고난이도 마술도 선보였다. 고등학생들도 아이인지라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무슨 꼼수를 쓴건 아닌지 심각한 표정을 보이기도 하고, 가면도 가져가 써보면서 서로 웃었다. 이벤트 물건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게 되면 무엇이든 수업에 쓸만한 건 없는지, 아이들을 일으켜 세울만한 신기한 물건들은 없는지 나는 늘 찾았다. 쓸 수 있는 소도구들은 다 써보았던 것 같다. 고3 아이들은 그래도 20대를 눈 앞에 둔 아이들이라 그런지 전지적 관찰자가 되어갔다. 선생님을 관찰하고 평가하였다. 나름 논리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하였다. 나는 그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인정했다. 사회 논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의견을 내놓는 모습이 멋져 보았다. 함께 논박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랬다 저랬다 이도 저도 아닌 의견을 내놓는 선생님을 짜증나 하기도 하였다.(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었다.) 토론 수업이 끝나도 쉬는 시간 따라 나와 질문을 이어내놓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참 행운이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 달랐다. 제각각 다른 색깔을 가졌다. 그 모두에게 학교는 즐거운 곳이기를 바랐다. 선생님에게도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나는 학교가 그 옛날의 소도처럼 바깥과 연결되면서도 연결되지 않는 고도의 성역으로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친 세상에 발을 딛기 전 조금 더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지식의 주머니를 채워서 나갈 수 있도록. 오늘 아침 부모님과 다투었어도 학교에 오면 친구들과 재잘거리다 다 잊고 갈 수 있는 그런 곳. 나 또한 그런 너희들을 위해 오늘도 좀 더 너희들을 웃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좀 기웃거려 볼 것이다. 아 참 너희들 입에 하나씩 넣어줄 박하사탕 한 봉지 구매도 필수다.

그런데 얘들아 우리 이제 아침은 좀 서로 웃으면서 만나면 어떻겠니? 그래도 난 아직 니들이 사랑스럽지만서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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