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았지만 계속 떠오르는 곳
눈이 즐거워야 몸이 덜 힘들게 느껴져서 러닝머신을 탈 때 주로 여행 프로그램을 틀어 놓는다.
굳이 소리로 듣지 않고 자막만 읽어도 충분해서 더 좋다.
20분이 지나면서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하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기분 좋은 에너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점점 스피드를 올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화면이 푸르게 변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지구상에 저런 나라가 있다니!
화면 속인데도 아쿠아마린색부터 푸르고 신비한 코발트빛이 눈을 통해 온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프라하에서 봤던 어느 커피숍의 색깔보다 더 쨍한 파란색
그림 같은 문들, 햇살이 비치는 계단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와우! 저기 당장 가고 싶다.
다시 속도를 줄여서 자막을 보니 모로코의 셰프샤우엔이라는 곳이었다.
이름이 너무나 생소해서 외워지지도 않길래, 일단 러닝머신을 멈추고 핸드폰 메모장에 적었다.
마을 전체가 푸른빛이라 스머프 마을 같기도 하다.
똑같이 생긴 대문은 하나도 없다. 뇌가 리셋되는 것 같다.
셰프샤우엔은 모로코 북서부에 자리한 작고 아름다운 도시고, 해발 고도가 높은 산악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푸른 진주(Blue Pearl)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15세기 무렵 스페인 종교재판을 피해 산골짜기 이곳까지 온 무슬림과 유대인들이 파란색으로 마을을 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실용적으로 파란색이 모기를 쫓는다는 믿음과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30년대 들어 유대인이 대거 이곳에 정착하게 되는데, 히틀러의 학살을 피해 이주해 온 것이다. 당시 스페인령이었던 셰프샤우엔은 유대인들에게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기에서 알 수 있듯 파란색은 유대인의 상징색이다. 셰프샤우엔에 정착한 유대인들은 자신의 집을 파란색으로 칠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마을은 온통 파란색 마을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현재까지도 주민들은 1년에 약 2번 집에 새로운 파란 페인트를 칠해 이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셰프샤우엔(Chefchaouen)이란 이름은 이 마을 뒷산의 모습에서 유래한다. 마을 뒤편으로 두 개의 큰 봉우리가 있는데 이 모습이 마치 염소의 두 뿔(chouoa)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쉐프샤우엔을 그대로 해석하면 '뿔을 보아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데, 아프리카 여행 경험은 전혀 없다.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 한 번 가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아프리카.
그날 집에 와서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자료들을 검색하며 셰프샤우엔을 버킷리스트에 넣었다.
알아보니 한국(인천)에서 모로코 셰프샤우엔까지는 직항이 없어 보통 유럽이나 중동을 경유하고, 최소 1회 경유 기준 약 20~25시간 이상 소요된다. 비행시간만 약 17~20시간 내외이며, 경유 대기 시간 및 탕헤르/페스 공항에서 셰프샤우엔까지의 육로 이동(약 3~5시간)을 포함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가고 싶고, 가야겠다.
환갑 기념 여행으로 가면 좋겠다.
계단부터 대문, 벽까지 온통 푸르른 색깔에 빨려 들어간다.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그림 같은 곳
어디든 잠시 멈춰 서서 숨 쉴 수 있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
그곳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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