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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Mar 14. 2020

처녀막에 대한 단상

- 질의 응답을 읽고 첫번째 이야기

3월 8일 여성의날

나는 아침에 눈떠 질의응답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의 성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제대로 알고 있는게 없다는걸 확인했다.



읽은 부분에서 새롭게 알게된 가장 놀라운 내용은


실제로 처녀막이라 불리는 질막은
도넛모양
질을 가로지르는 끈이 달려있는 모양
흡사 체처럼 작은 구멍이 여러개 뚫린 모양등
아주 다양한 모양이 있는데
질 구멍을 다 막고 있는 아주 드문 경우에는
초경을 할때
생리혈이 질속에 고여
엄청난 통증으로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드문 형태의 질막을
사람들은 보통 처녀성의 봉인으로서
제대로 된 처녀막이라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산부인과에서 처녀성 검사를 해준다는데

여자의 질막을 보고

성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구별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여전히 첫날밤 확실히 피를 흘리기 위해

처녀막 재건술을 받는 여성이 있는 상황에 대해

처녀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걸레라고 조롱을 당하는 일이

왜 여자에게만 일어나는지

나는 더 열심히 궁금했어야 했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고등학교때 읽었던 어떤 소설이 생각났다.

(그 소설은 제목도 줄거리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단 한 장면만 꽤 오랫동안 나를

몹쓸 방식으로 지배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와 섹스를 한뒤
주변 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여자의 질이란 가죽장갑 같아서
처음에 넣을땐 뻑뻑하지만
자꾸 넣으면 느슨해진다.
그래서 나는 한번 넣어보면
얘가 처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처음인줄 알고 넣어봤는데
얘는 처음이 아니더라."


그런데 그 소설에서 이 여자는
어린시절 성폭력 피해자였고
"너 처녀가 아이었구나?"란 남친의 공격에
무엇도 해명할 수 없어 눈물 또르륵
처연한 포지션을 취한다.



수많은 아이들이

이런류의 그지같은 글과 만화와 이야기를 통해

처녀막이라는 말도 안되는 개념이 각인된채
이것을 마치 생체학적 해부학적 진실이라고 믿으며
성욕으로부터 철저히 자신을 통제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끼면서

처녀성을 유지했다는걸 증명해야한다는 강박속에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삶을 살아간다.


이런 식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검열하고 통제하게 만드는

이야기와 언어와 시선이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를 생각하면...


질의 응답이란 책을 이제서야 읽고 있는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을 공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검열과 통제와 의무에서
용기내어 더욱 자유로워지기를 두손 모은다.


시작은 처녀막이라는 단어를 질주름으로 바꿔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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