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빵을 곰보빵이라 하지 못했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곰보빵을 곰보빵이라 하지 못했던 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들은 이야기인데
요즘도 종종 마음이 허한 날은
종종 떠올리고 조용히 혼자 웃는다.
코로나 시대. 더 많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한 아이가
곰보빵이 너무 먹고 싶어 빵집에 갔는데
빵집 주인아저씨 얼굴이 곰보였데.
“곰보빵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마음이 안 좋아
"다음에 올게요"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한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는데
엄마가 소보로빵 달라고 하면 된다고 알려줬지.
그래서 소보로 소보로 연습을 하며
빵집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지.
빵집에 도착해 연습한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막상 아저씨 앞에 서니 너무 당황스러워서
결국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소보로 아저씨! 곰보빵 주세요.”
빵집 아저씨가 곰보인걸 보고
곰보란 말이 입에서 안 떨어진 마음
그래도 먹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을 찾는 마음
실수하지 말고 잘 말해야지 다짐하면서
소보로 소보로 연습하며 빵집을 걸어가는 마음
아저씨 얼굴을 본 순간 당황한 나머지
소보로 아저씨라는 헛말이 나온 마음
그리도 안 하려고 애썼던 곰보빵이란 말을 한 뒤
아저씨에게 많이 미안해했을 마음
그 마음이 예뻐서 크게 한번 웃었을 아저씨 마음
그런 작고 여리고 예쁜 마음들이 떠올라서
난 이런 여리고 착한 마음이 좋아서
나도 이런 마음 잃지 않으며 나이 들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요즘
이런 작고 여린 마음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들을 본다.
마스크 공장에 자원봉사로 일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만들어진 마스크를
지역 주민에게 무상으로 지원하는 마스크 공장.
[대구에 모여든 자원봉사자들
은퇴, 퇴직 간호사도 동참]이란 기사에서
“가족들이 말리지 않았어요?”란 질문에
“우리 엄마도 간호사인데..”라고 답하는 사람
학교 급식 재료로 납품을 못하는 농부들을 위해
딸기를 공동 구매하고 채소 꾸러미를 사는 사람들
졸업식과 입학식 취소로 힘든 화훼농가를 위해
꽃을 사서 나눠주는 사람들
"나처럼 쉬는 걸 선택할 상황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는 일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겠냐"며
집에서 스스로 자가 격리하고
감기 증상을 돌보는 사람들
마스크는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갈 수 있도록
면 마스크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들
그 밖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호의가
지금의 이 힘든 시간에
따뜻함으로 용기를 주는지 생각하면
정말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난극복이 취미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어 보인다.
“요즘 같은 세상 그렇게 살다가는 호구 잡혀!”
란 말을 듣기 십상인 좋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선의가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아름답다.
아마도 “소보로 아저씨 곰보빵 주세요” 했던 아이가
그 마음 그대로 커서 사랑을 베풀고 있나 보다.
고 녀석! 참 잘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