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위해 떠난 속초 여행
조용한 휴식이 주는 마음의 평온이 몸 속의 적막한 세포를 깨워줍니다. 머리가 막히는 기분이 들 때, 마음의 평온을 주는, 그래서 훌쩍 떠날 수 있는 그런 여행지를 갖고 싶었어요.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평온해 보이는 일이지만 마음 속에선 전쟁 같은 일이었습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말로 표현해서 설득하거나 공감하게 하는게 어디 쉽겠어요?
연차까지 달아서 만들어 낸 3일의 휴가 동안 저는 잘 쓰고, 잘 먹고, 잘 쉬기로 했어요.
이번에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떠났어요.
행선지는 바로 속초의 북 스테이 '완벽한 날들' 이었습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0초(정말 30초) 거리에 위치한 이 곳은, 1층은 서점과 카페, 2층은 게스트하우스인 공간입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쉬다가 1층으로 내려와 커피를 주문하고 전시된 책을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는 것을 낮의 일상으로 삼고, 저녁에는 동명항이나 중앙시장으로 걸어가서 속초의 유명한 먹거리들을 섭렵하는 나날이었습니다.
복잡한 여행 준비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편도에 2 만원도 하지 않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정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상상하는 일이었죠.
'오독오독하고 싱싱한 전복을 배부르게 먹어야 겠어.'
'쭉쭉 늘어나는 바지를 입고 카페에 앉아서 책을 오래오래 읽어야지'
'오전에는 바닷가에 산책을 가고, 날씨가 괜찮다면 앉아서 바다를 오랜 시간 보고 돌아와야지'
잘먹고
동명항과 속초 중앙시장, 갯배 선착장은 숙소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모두 도보로 걸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짐을 맡기고 숙소 체크인 시간을 기다리며 동명항을 모두 둘러보았고, 마지막 날 저녁에는 갯배 선착장 앞의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 잔 기울이는 여유도 가졌죠. 바닷가를 거닐면서 가볍게 집어먹는 새우 튀김과 게 튀김 같은 것들도 바닷가 마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유 중 하나 였습니다.
좋은 것 많이 보았고요
잘 쉬었고
공간 하나 하나 허투루 놓치는 것이 없습니다. 벽장 가득한 책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 그림이 걸린 벽을 보면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 조용히 글을 읽고 싶은 공간들이 별도로 설계된 것 같았습니다
글 잘 썼습니다
오랫동안 진전이 없던 목차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일상과 분리되는 공간이 가지는 힘을 새삼스레 깨달았어요. 디지털노마드가 되고 싶은 꿈이 금방 이뤄질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늑한 공간에서 일과 휴식이 병행될 수 있음을 깨닫고 가요. 신선한 해산물로 몸보신 하는 것은 덤이네요.
당분간 머리가 복잡할 땐, 속초로 떠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