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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재비 May 26. 2018

올해는 두 개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나의 직업 속에서 '작가' 끌어내기 

올 해는 두 개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하는 일 중에 1할 정도는 남들에게 계약서를 내미는 일인지라,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한 장면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테이블의 반대편에 제가 앉아 있었죠. 


"네, 제가 한 번 써볼게요." 라고 말하며 두 번째 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매년 사인하는 연봉 계약서는 대충 보고 아무데나 휙 하고 던져버리는데, 

그것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 적혀 있던 그 '오묘한 게약서'는 얼마나 만지작 거리게 되던지요.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이렇게 사진도 남겼네요 


글쓰기, 나에겐 새로운 가능성의 실험 


  글쓰기가 저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은, 저에겐 글쓰기가 새로운 가능성의 실험 그 자체 였기 때문입니다. 2018년 2월 마지막 주, 저는 브런치에 '자발적 주6일 근무자'라는 글을 포스팅했고, 3만 명이 넘는 분이 그 글을 읽어주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 글에 쓴 것처럼, 저는 무언가 못마땅한 현실적 상황에서 '정신승리'하고자 노동에 대한 가치도 다시 생각해보고, 글을 쓰는 실험도 해 보고 있었던 참이었어요. 제 브런치에 만 명이 넘게 들어왔다는 걸 알았을 때 웃기게도 저는 스스로 디지털노마드가 되는 실험을 해보고자 속초로 가는 버스 안에 있었어요. 무언가를 실험하러 가는 길에, 내 실험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셈이었죠.  


 

 그리고 이어지는 과정은 마치 뜨개질을 하면서 코를 하나씩 이어서 뜨듯이 그렇게 서로 연결되며 이어져 갔습니다. 계약한 책을 써야하니 자료조사를 다시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다시금 생각이 정리가 되는 부분이 있어 교육혁신에 대한 글을 하나 적어 공유했는데, 비슷한 일을 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크게 공감을 받게 되면서 많은 격려를 받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약속했던 전자책을 꾸역꾸역 써서 기한을 맞췄고,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을 '이거 어쩌지' 라는 심정으로 공유를 했었는데, 이미 제 글에 공감을 하시고 계시던 분들이 기꺼이 워드로 10장 조금 넘어가는 허접한 스토리의 초보 작가의 책을 기꺼이 돈을 내고 봐 주셨어요. 격려와 응원도 아끼지 않으시면서. 그리고 부끄럽게도 리디북스에서는 '공부법' 카테고리에도 한 동안 1위의 자리를 잘 지켜주었어요. (지금은 2위네요!)



 노동에 대한 실험과 내 능력의 한계를 알고 싶은 실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크고 작은 변화를 저에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새롭게 생기는 일과 역할들을 소화해 나가는 것은 또 저의 역량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나의 직업 속에서 '작가'를 끌어내 보자 


앞서, 저렇게나 길게 내 자랑을 자세하게 늘어놓았던 것은, 이 한 마디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직업 속에서 '작가'를 조금 끌어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물론 마냥 쉽지만은 않을 수 있어요. 마치 위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제가 2월에 글을 쓰고(브런치를 나름 열심히 적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월 이었으니), 4월에 계약을 해서 한 두달 만에 이 일들을 뚝딱 해 낸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저의 기록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2월 말의 속초 여행도 우발성 여행인듯 한 '계획성 여행' 이었다 

 

 저의 에버노트 중 'posting_mycontents'라는 이름의 노트북에 있는 최근 노트입니다. 저 노트의 상단에 있었던 내용들이 저의 글감이 되어 주었죠. 그리고 저 노트 제일 위에 있는 속초 글쓰기 여행은 앞서 제가 말했던 바로 그 여행입니다(ㅎㅎ). 


 회사에서, 길을 걷다가, 다른 세미나에 참석해서 어떤 것이든 깨달음이 있고 글감이 될 수 있겠다는 내용은 에버노트에 축적했어요. 글로 충분히 가공될 만큼 다른 기사도 있고, 사람을 만날 때 까지 더 글은 저기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립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리냐면요...

에버노트 posting_mycontents의 첫 번째 글은 2015년 8월에 적힌 글입니다.  

 

지금 쓰는 글들에 대한 아이디에이션이 3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었어요. 3년 동안 야금야금 주제에 글감과 생각을 계속 더하고, 이제서야 글을 뽑아내고 있어요. 어쩌면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이렇게 오랫동안 모으면서 계속 살을 붙여야만 했을 겁니다. 


글쓸 이야기들은 일상에서 충분히 묵혀서 꺼낼 수 있다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저거에요. 당장 일을 써내라고 한다면, 그 어떤 작가가 뚝딱하고 글을 써낼 수 있을까요? '글 한 번 써봐' 라고 했을 때 '아 난 못써'라는 이야기를 저는 '지금은 쓸 만큼 소재를 다 발굴하지 못했어'라는 상황일거라 생각해요. 


문학 작가가 아닌 이상 어떤 작가든 일상이나 경험을 다이렉트로 글을 꺼내어 쓸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글을 뚝딱 써내려고 한다면 완성도 있는 경험과 그에 따른 사고가 부족한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는 없지 않을까요? 심지어  문학 작가들도 대부분 일상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서 글을 쓰죠.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과 삶은 어떠세요? 저는 누구든지 유니크한 경험과 생각들이 있을 것 같아요. 아마 당장은 글로 옮길 수 없는 파편적인 경험으로 느껴지겠지만, 저렇게 쌓아놓고 꺼내었다 넣었다를 반복하다 보면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소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글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글 몇 개쓰고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주제넘은 글이었지만, 저는 삶에 대해 느끼는 온도의 변화를 다른 사람에게도 느꼈으면 해요. 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좀 더 자신을 가질 수 있는데... 또 하는 일에 대해서도 반추해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다른 사람들의 격려까지 받는데, 어찌 이 일을 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e-mail: annalee1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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