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부터 PTSD,ADHD,조울증』<4부 엄마 사랑해 편> 3편
가족의 키워드는 “안정감”인 거 같아요. 내가 어디에서 무시를 받든 나는 이 가족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이 있어요.
나의 뭐 경제력과 외모 가지고 끊임없이 잣대로 평가를 하는 개 사회죠. 경쟁사회인 한국사회는 끊임없이 네가 쓸모가 있는 놈이냐 네가 누구보다 뛰어나냐는 잣대를 들이밀죠. 그러나 가족이랑 굴레 안에만 들어가면 그런 거랑 상관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습니다. 그 근간에는 엄마의 “밥 먹었어?”가 있어요. 그 외에 안정감은 이런 겁니다. 예를 들면 가족 안에서 다툼이 생겨도 서로의 존재의 인정이 있죠.
야 네가 못생겼던 뭐든 내 아들
아니 짜증 나게 하지만 어쨌든 내 오빠인데 어떡해..
이게 퉁명스럽게 말해도 그냥 아들 오빠라는 무조건적인 존재가 어딘가에 됐다는 건 되게 안정감을 주잖아요. 왜냐하면,
그냥 뭐 오빠잖아. 어쩌라고 네가 오빠인데 어떡해
네가 내 동생인데
우리 아들인데 어떡해
약간 따뜻함을 1스푼만 얹으면 "네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너는 내 아들이야"
이런 식으로 가족만이 주는 사랑이 있습니다. 이 사랑이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제가 학생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시험을 망친 날. 뭔가 망한 날뿐만 아니라 평범한 날에도 집에 들어가면 엄마는 항상 물어보는 말씀이 정해져 있습니다.
어? 왔네? 밥 먹었어? 밥 먹어야지
세상이 무너지고 이걸 죽어야 돼 말아야 돼 막 이런 슬픈 상황이었는데. 그냥 매일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저녁시간됐으니까 먹으렴. 예쁜 말 하나도 안 하셨죠.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죠.
그래도 나한텐 엄마가 있지.
나한테는 저녁을 먹을 같이 먹을 누군가 있지.
그 안정감이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을 건드는 느낌이죠.
잊을 만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의 치트키 같은 그 말.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그 말만 들으면 마음이 놓입니다. 앞서 가족들의 안정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밥 먹었어?”라는 말은 다른 차원의 말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한국의 엄마들의 고유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밥이라는 건 결국, 함께 살아 있는 증거이고 한국의 엄마들은 그 한 끼로 자식의 안녕을 확인하고, 그 한 끼로 정서적 울타리를 만들었어요. 한국의 많은 엄마들이 ‘밥은 먹었냐’는 말로 자식의 안부를 확인하죠? 하지만 그 말속엔 ‘너는 내 세계의 일부야’라는 선언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이 글은 『5살부터 PTSD,ADHD,조울증』 시리즈 <4부 엄마 사랑해 편> 의 3편입니다.
아직 회복 중인 마음으로, 17년간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