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채프먼
※본 내용은 픽션입니다.
집에 오니 아내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대답한다.
"왔어?"
"응 밥은?"
"나는 먹었어. 냉장고에 반찬 있으니까 먹어"
"응"
나는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김치, 어묵볶음, 오징어 젓갈을 빼서 식탁 위에 차려 놓는다.
밥솥에서 밥을 떠서 밥그릇에 담고 냄비에 있는 미역국을 떠서 국그릇에 담고 식탁에 앉는다.
스마트폰에서 넷플릭스를 켜고 보던 드라마를 마저 보면서 밥인지 반찬인지 모를 것들을 입안에 쑤셔 넣는다.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 씻고 나니 TV를 보던 아내는 방 안으로 들어가 있다.
나는 당연한 듯 거실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쇼츠를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
결혼 10년 차, 우리 부부의 일상이다.
하루에 대화라고는 저녁에 얼굴을 보고 생사확인을 하는 정도랄까.
결혼 초에 불탔던 우리의 신혼은 다툼과 전쟁의 연속이었다.
치약 짜는 거, 자는 습관, 쓰레기 버리기, 식습관 등 계속된 여러 문제들은 얼굴을 볼 때마다 싸움으로 번졌다.
가끔은 아내가 친정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몇 번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불려 가기도 하고 꾸중도 들으니 나는 더욱 화가 났고, 이제는 처가에 잘 가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하나둘씩 각자가 포기하는 점이 생기고, 다툼이 줄어들며, 서로 간의 협의보다는 그냥 단념이 많아졌다.
다툼을 줄이기 위해 대화를 줄였으며, 각자가 원하는 만큼의 양만 해주고 살고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스킨십은 줄어들고 아이를 가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가정에서 무슨 애를 키우겠는가?
사실 룸메이트 수준으로 살고 있는 것이지 우리는 정상적인 부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친구들과의 가끔 같이 하는 모임을 가곤 하지만 그때만큼은 쇼윈도 부부처럼 둘이 같이 가곤 하나 딱히 요새는 그것도 많이 줄어들어 그냥 각자 놀고 있다.
친구 부부들은 이제 다들 아이를 많이 키우고 있어 점점 연락도 줄고 이제 우리와의 접점도 없어져만 갔다.
초, 중학생 아이가 있는 친구도 있고, 얼마 전에 어린 아내와 결혼한 친구는 이제 갓 돌이 된 아이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물론 아내는 나보다 어려서 아직 임신이 가능한 상태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일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의 인생은 점차 바빠져서 이제는 우리와 공감대 형성을 이루기가 어렵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간혹 이혼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이제 40대가 된 지금에서는 함께 살고 있는 집이 회사와 가깝고 아직 대출이 많이 남은 점과 부모님께 할 말이 없는 점, 딱히 이제는 싸우지 않으니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이 상황이 익숙해져 버렸다.
과거 연애 때는 뭐가 그리도 즐겁고 좋았었는지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이 현실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