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건강한 파트너십을 맺는 법(학부모 상담 가이드)

갈등이 아닌 협력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함께 이끄는 소통의 기술

by 에디

안녕하세요, 멤버 여러분.


지난 11장에서는 성과가 아닌 교육 철학을 기준으로 좋은 교사와 학교를 알아보는 눈을 길렀습니다. 우리는 성적표의 숫자(성과) 너머에 있는 교사의 성장의 언어, 안전 기지 구축 능력, 그리고 자율성 존중 철학을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눈을 갖추었더라도,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큰 현실적인 장벽은 바로 소통 그 자체입니다.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는 왜 이토록 어렵고 때로는 갈등으로 치닫는 것일까요?


사회학에서 말하는 역할 갈등(Role Conflict)이 이 관계의 본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의 역할은 내 아이를 세상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무조건적으로 변호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반면, 교사의 역할은 모든 아이를 공정하게 대하고 한정된 자원(시간, 관심)을 배분하며 학급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이 두 역할은 본질적으로 긴장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낡은 지도는 이 관계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학부모는 교육 서비스를 구매한 고객(Client)이 되고, 교사는 성과를 내야 하는 서비스 제공자가 됩니다. 부모는 "왜 우리 아이 성적이 이렇죠?"라고 결과를 항의하고, 교사는 "가정에서는 뭘 하셨죠?"라며 책임을 방어합니다. 이는 제로섬 게임이며, 여기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 아이입니다.


이번 장의 목표는 이 관계를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즉, [학부모 + 교사] vs [아이의 어려움]이라는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장은 그 파트너십을 위한 구체적인 학부모 상담 가이드입니다.


상담의 목표: 민원인에서 파트너로 (마인드셋 전환)


상담실에 들어서기 전, 우리의 마음가짐(Mindset)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유대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관계를 ‘나-그것(I-It)’의 관계‘나-너(I-Thou)’의 관계로 구분했습니다.


나-그것의 관계는 상대를 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기능으로 보는 관계입니다. 나-너의 관계는 상대를 인격체 그 자체로 존중하며 만나는 관계입니다. "우리 아이 성적을 올려줄 기능"으로 교사를 대하는 것은 나-그것의 관계입니다. 우리는 '나-그것'의 관계에서 '나-너'의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낡은 마인드셋 (민원인 / 나-그것)

(X) "우리 아이 성적이 왜 이렇죠?" (결과에 대한 항의)

(X) "우리 아이는 뭘 잘하나요? 선생님이 한번 말해보세요." (일방적 평가 요구)

(X) "다른 아이들은 어떤가요? 반에서 몇 등 정도 하나요?" (비교와 경쟁)


새로운 마인드셋 (성장 파트너 / 나-너):

(O)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가정과 학교가 어떻게 협력하면 좋을까요?" (협력점 모색)

(O) "성장의 관점에서, 제가 모르는 학교에서의 아이 모습이 궁금합니다." (존중과 호기심)

(O) "저는 아이의 이런 면을 보았는데, 선생님은 어떤 면을 보셨나요?" (정보의 교환)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에디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현 교육제도에 불만을 잔뜩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겠지만, 용기 내어 적어봅니다. 당연함에 반박하는 일, 그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6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2화좋은 교사, 좋은 학교를 알아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