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육,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정책과 목소리)

3.5%의 목소리가 거대한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법

by 에디

안녕하세요, 멤버 여러분.


우리는 지금까지 긴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가정에서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PBL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학교와 협력해도, 아이가 매일 등교하는 학교의 시스템이 19세기 공장형 모델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의 노력은 반쪽짜리 성공에 그칩니다.


OECD 교육 지표는 매년 뼈아픈 현실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은 사교육비 지출이 세계 최고지만,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입니다. 부모는 노후 자금을 헐어 투자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불행해지는 '마이너스 섬' 게임. 2023년 기준 사교육비는 연간 27조 원을 넘었지만,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왜 세상은 변했는데 학교와 입시 제도는 요지부동일까요? 사회학자 윌리엄 오그번은 이를 '문화 지체(Cultural Lag)'라고 불렀습니다. 기술은 빛의 속도로 변하지만,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괴리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 괴리를 메우는 것은 '시간'이 아닙니다. 제도를 움직이는 힘은 학부모와 시민의 '요구'에서 나옵니다. 오늘 저는 다소 불편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제안을 합니다. '똑똑한 소비자'의 껍질을 깨고, '까다로운 시민'으로 진화하자는 제안입니다.


떠날 것인가, 항의할 것인가 (Exit vs. Voice)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의 명저 『이탈, 항의, 그리고 충성』은 조직의 품질이 하락할 때 구성원이 취할 수 있는 두 가지 행동을 제시합니다.


'이탈(Exit)'은 시장의 원리입니다. 맛없는 식당은 조용히 발길을 끊습니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소비자의 방식이죠.


'항의(Voice)'는 정치의 원리입니다.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조직을 바꾸려 노력합니다.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냉정하게 돌아봅시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이탈 전문가'였습니다. 학교 교육이 부실하면 '항의' 대신 학원으로 '이탈'했습니다. 영어가 부족하면 어학연수로, 수학이 부족하면 고액 과외로, 학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사로 해결했습니다.


통계가 이를 증명합니다. 2023년 초등학교 사교육 참여율은 87.4%에 달했습니다. 10명 중 9명이 학교 밖 교육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공교육에 대한 침묵의 불신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재앙이었습니다. 소비자가 떠난 공교육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어차피 공부 잘하는 애들은 학원에서 다 배워오니까." 이런 패배주의가 학교를 지배했습니다.

우리의 침묵과 이탈이 낡은 지도의 수명을 연장시켰습니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우리는 시스템을 바꿀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변화의 증거: 시험을 거부한 부모들


"개인이 거대한 시스템에 항의한다고 정말 바뀔까요?"

역사는 소비자가 시민으로 각성할 때 거대한 공급자가 무릎 꿇는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우리 주변의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봅시다. 통조림 햄의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불필요한 쓰레기'로 규정한 소비자들은 단순히 햄을 안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뚜껑을 모아 본사에 반납하는 '항의'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로 대기업들이 생산 라인을 뜯어고쳐 뚜껑을 없앴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에디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현 교육제도에 불만을 잔뜩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겠지만, 용기 내어 적어봅니다. 당연함에 반박하는 일, 그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6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5화기업은 왜 학벌이 아닌 역량을 찾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