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 Jun 20. 2023

<특집 2부> 공교육을 파괴하는 것은 누구인가?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누군가가 아닐까?

* 정치색이 일부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교육정책 분석글입니다.

* 자유로운 의견 제시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원래는 어제 글을 올리기로 했었는데, 너무 바빠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더 큰 일이 터졌었군요. 특목고 부활에 대해서는 ‘일반고 부활 시리즈’에서 따로 다뤄보기로 하겠습니다.

   

1부에서는 현 정권의 교육 상황인식이 정확한가를 진단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부정확했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현 정권이 내놓은 비전을 다시 한 번 진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쉬운 수능이 뭐가 문제인데? 

수능이 쉬우면 뭐가 문제일까?

평가원이 이번 해 수능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키워드로 내세웠던 것이 ‘공교육의 정상화’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관계자들은 이것을 두 가지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요. 하나는 문제를 엄~~~청 쉽게 내서 공교육만 들어도 100점 맞는 수준이 가능한 수능을 출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문제를 엄~~~청 어렵게 내서 사교육을 듣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만드는 것이지요. 

    

6평을 보고 난 직후 교육업 관련 종사자들은 평가원의 출제 방침이 일부 과목, 특히 국어에 한해 전자에 해당한다고 여겼습니다. 거기에다가 현 정권이 이렇게 쉽게 나온 국어를 비판하며 더욱 쉬운 수능을 주문한 바, 앞으로의 평가원 모의고사와 교육청 모의고사는 단연컨대 유례없이 쉬운 시험이 될 것입니다.


노력 안한 다른 사람과 노력한 본인이 같은 성적을 받는다면?

그렇게 되면 뭐가 문제일까요? ‘변별력’이 없어집니다. 즉, 열심히 공부한 학생과 공부하지 않은 학생 간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말이 되겠지요. 이것은 일년 동안 수능만 바라보고 공부한 학생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수능 공부를 전혀 안하고 있었던 학생과 비슷한 성적을 받게 된다면, 누가 노력해서 수능을 응시하려고 할까요?


학생들의 불안감 조성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만점을 받는 학생들도,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기존 수능과는 달리 아주 작은 실수가 등급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고, 아예 못 맞출 것 같은 문제를 배제하고 푸는 어려운 수능과는 달리, 쉬운 수능에서는 학생들이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 “킬러문항 출제를 안하겠습니다!”

출처: 서울경제

교육당국은 이번 수능의 출제 기조를 “공교육의 정상화”로 잡은 이후, 수능을 쉽게 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다가 ‘킬러문항 삭제’에 뜻을 모은 듯 합니다. 실제로는(특히 국어가) 어렵지도 않았지만,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난이도 조절 실패가 킬러 문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킬러 문항이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수박 겉핥기식의 해결방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킬러 문항이 그동안 킬러 문항으로 불렸던 이유는 학생들이 충분한 개념 이해와 그에 걸맞은 응용력을 갖추지 않으면 풀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문제를 암기해서 푸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하는 지표가 되었죠.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문항은 아주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즉, 수능이 어려웠다면 


따라서 킬러문항 삭제와 관련된 발표는 교육당국이 수능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덕분에 수능은 실제로 대학수학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구분하는 시험이 아니라, 그저 '점수를 몇점 받는가?' 하는 정말 그냥 시험이 되어버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고 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수능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수능도 물론 수많은 보완을 필요로 하는 대입제도 중 하나이지요. 그리고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러나 수능이 학생들에게 어렵다는 개인적인 생각 하나 만으로 수능을 정상화할 수 있을만큼 이 문제는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사교육계는 쉬운 수능에 발맞춘 커리큘럼 변화를 모색하고 있을 것이고, 결국 킬러 문항에 베이스를 두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입니다. 잠시 주춤하다가 곧 “너도 할 수 있어”를 모토로 다시 부활하겠지요. 반면, 갑작스러운 변화를 마주하는 학생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게 될 것입니다. 피해를 보는 것은 사교육이 아니라 학생이라는 겁니다. 


어제,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수능 문제 몇 개년 풀면 교육 전문가’ 발언은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수능 문제 몇년치 풀면 학생들이나 현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도 교육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교육당국에 대한 제 기대를 낮추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제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그래서 교육당국에게 한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제발 엉뚱한 사람 그만 잡으시고 정신 차리십쇼. 수능이 정말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 되도록, 그리고 그저 높은 점수를 받는게 목적이 아닌 시험이 되도록 해주시라는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특집 1부> 수능이 공교육을 파괴할 만큼 어렵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