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최근 교육 현장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학교를 떠나 검정고시를 택하는 10대들의 행렬입니다. 지난해(2023년)에만 그 수가 2만 9803명,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3만 명의 문턱에 다가섰습니다. 이는 더 이상 몇몇 개인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 무언가 말을 걸어오는 하나의 '현상'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흔히 교실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학교 부적응자나 소위 공포자(공부 포기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곤 합니다. 시스템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택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제가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그 누구보다 명확한 목표를 가진 전략가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전략의 배경에는 영리함보다 절박함이 깔려있습니다.
이들의 계산법은 복잡하고 처절합니다. 상위권 대학의 문을 열기 위해 1~2학년 때 내신 경쟁에 사활을 걸었지만, 손에 쥔 성적은 2~3등급. 이 성적으로는 수시 전형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때부터 이들에게 학교는 기회의 공간이 아니라, 이미 실패가 기록된 과거의 족쇄가 됩니다. 남은 1~2년의 시간을 더 투자해봤자, 이 절망적인 내신을 뒤집을 수 없다는 계산이 서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은 '리셋 버튼'을 누릅니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내신 성적표를 무효화하고, 오직 수능이라는 단 한 번의 시험, 한방에 모든 것을 걸기 위해 학교 밖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 재도전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바로 학창 시절에만 겪을 수 있는 친구들과의 추억, 동아리 활동, 선생님과의 교감 등,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검정고시는 과거의 실패를 지우고 앞서 있는 다른 경쟁자들과 다시 붙기 위한 재도전 자격증인 셈입니다. 룰이 불리해진 기존의 판을 엎고 새로운 판을 짜려는, 냉철하고도 필사적인 승부수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우리 교육 제도가 아이들을 '한방'으로 내몰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3년간의 꾸준한 노력과 성장, 친구들과의 관계, 다양한 경험의 가치를 인정하기보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두는 시스템.
그 안에서 아이들은 대학 입시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학생이기에 누릴 수 있는 모든 소중한 과정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 아닐까요. 더 높은 대학 간판을 위해 학생 시절의 모든 경험을 기꺼이 '비용'으로 지불하게 만드는 이 현실을, 우리는 과연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상 에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