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5교육이슈] 친절한 족쇄의 역설

대학의 권장과목 공개는 호재일까요? 악재일까요?

by 에디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63992

안녕하세요 에디입니다 :)

오늘은 대학이 고교학점제의 변화에 발맞춰서 '권장과목'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5년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개인의 자율성과 잠재력을 존중하는 교육의 대전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대학들이 내놓은 전공 권장과목 제도가 새로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대학은 학생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과연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권장이라는 이름의 필수 과목

Gemini_Generated_Image_4n42yd4n42yd4n42.png


입시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대학의 권장은 사실상의 필수로 작용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나 탐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도,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결국 대학이 제시한 과목 목록을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학생 스스로 시간표를 설계한다는 고교학점제의 근본 취지를 위협합니다. 다양한 학습 경로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대학이 제시한 권장과목에 의해 다시 획일화될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결국 교실은 다양한 과목으로 채워지기보다 입시에 유리한 특정 과목들로만 채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기존에 지적해왔던 고교학점제의 우려점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

Gemini_Generated_Image_hihpxkhihpxkhihp.png

더 큰 문제는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이 권장하는 심화 과목이나 전문 교과를 모든 고등학교가 개설할 수는 없습니다.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특정 지역의 학생들은 과목 선택이 자유롭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의 학생들은 출발선부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학생 개인의 역량이 아닌, 학교의 교육 여건이 입시의 유불리를 결정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권장과목이 계층과 지역 간의 교육 격차를 더욱 벌리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설립 목적에 따라 심화·전문 교과 편성이 자유로운 특목고나 자사고와 달리, 대다수의 일반고는 교사 수급과 예산의 한계로 다양한 과목 개설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결국 특정 과목을 이수할 기회 자체가 학생의 소속 학교에 따라 달라지면서, 권장과목 제도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보다는 기존의 교육 격차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위험이 큽니다.


覆轍之戒 (복철지계): 다른 길의 실패에서 얻는 교훈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요? 본질적으로 이는 대입 제도가 교육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고교 교육이 학생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대입 평가 역시 학생의 다채로운 성장 과정을 평가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합니다.


물론 한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내기 위한 토양이 되기 위해 권장과목 제도의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장과목 제도는 대학이 학생들의 진정한 가능성을 알아보는 어려운 길을 하기보다, 기존에 본인들이 쌓아왔던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과거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재단하려는 손쉬운 길을 택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이는 교육의 발전에 대입 제도가 제동을 거는 역주행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닙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AP 제도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학생들의 자율적인 탐구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비슷한 그림자가 우리 교육 현장에도 드리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대학의 권장과목 제도는 자율성을 묶는 족쇄가 되고, 불평등을 키우는 벽이 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우수한 인재를 원한다면, 대학은 정해진 과목 목록을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학생이 왜 그 길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진정한 의미의 정성평가 역량을 갖추는 것이 먼저입니다. 교육의 중심은 대학의 편의가 아닌 학생의 성장에 있어야 합니다.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에디의 교육 노트] '한방'을 노리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