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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교육이슈] 대학 컨설팅, 공짜 점심은 없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실시하는 컨설팅의 유의점을 알아봅니다.

by 에디


최근 대학들이 앞다투어 1:1 입시 컨설팅을 열고 있습니다. 복잡한 입시 제도에 지친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일지도 모릅니다. 대학이 직접 나서서 길을 알려주겠다니, 이보다 더 친절한 안내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친절함 뒤에는 몇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과연 이 컨설팅이 '진짜 컨설팅'처럼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깊이 있는 조언을 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잘 짜인 대학 홍보 행사의 일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그 이면을 조금 더 냉정하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친절의 배경, 계산된 이해관계

여러분은 대학이 왜 진로진학컨설팅 같은 거를 운영하지? 하는 의문을 가져보신 적이 있나요? 그 배경에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라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이 사업은 대학이 공교육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해 수십억 원의 지원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1:1 상담과 같은 정보 제공 활동은 이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합니다.

결국 대학의 컨설팅은 순수한 봉사라기보다, 정부 지원금과 우수 신입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인 셈입니다. 이 배경을 알고 나면, 대학의 친절을 마냥 순수하게만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짜인 각본, 정해진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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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컨설팅이 수박 겉핥기식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로는 시간과 인력의 한계입니다. 입학처 직원 몇 명이 수백 명의 학생을 일일이 상대하며 깊이 있는 조언을 건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30분이라는 시간제한은 이 행사가 ‘컨설팅'보다는 ‘질의응답’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런 정보도 입시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소중한 시간이겠지만, 입시에 큰 도움이 될 정도로 큰 도움을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학생 개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대학이 내놓는 조언은 "작년 우리 학교 합격자 평균은 이랬습니다"와 같은 통계 자료의 재확인 수준을 넘기 어렵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상담에 임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이 처한 환경, 성장 과정, 숨은 잠재력 같은 고유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평균이라는 틀에 학생을 끼워 맞출 수 있도록 자신을 다시 재단합니다.


마케팅,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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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우리 학교로 지원하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대학은 학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교육적 동반자이기에 앞서,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유치해야 하는 치열한 입시 시장의 엄연한 이해 당사자입니다.


이때 대학이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바로 ‘희망’을 파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의 성적이 지원하려는 학과에 다소 부족해 보이더라도, 상담을 진행하는 입학사정관은 "우리 학교는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습니다"라는 점을 강조할 것입니다. 그들은 "학생부의 다른 활동 기록이나 전공에 대한 열정이 뚜렷하다면, 정성평가에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아 합격이 가능합니다. 소신껏 지원해보세요"와 같이,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블랙박스’의 가능성을 부각하며 학생을 독려합니다.


이러한 조언은 학생에게 달콤한 위로와 용기를 주지만, 그 이면에는 대학의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이는 학생에게 객관적인 현실을 알려주기보다, 합격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학생까지도 지원을 유도하여 대학의 전체 지원자 수를 늘리고 경쟁률을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에 더 가깝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이 희망적인 조언을 믿고, 어쩌면 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있었을지 모를 귀중한 수시 지원 카드 한 장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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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컨설팅은 아예 무의미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를 활용하는 우리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대학의 친절을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이 자리를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 줄 해결책으로 기대하기보다, 평소 궁금했던 특정 대학의 전형 규칙이나 평가 방식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듣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결국 복잡한 입시의 한복판에서 나아갈 길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아닌 학생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원자분들의 입시 성공을 바라며 이상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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