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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교육이슈] 80% 교사 반대, AIDT의 두 얼굴

80%의 반대와 한 줌의 희망 사이… AI교과서의 두 얼굴을 들여다봅니다

by 에디

안녕하세요 에디입니다 :)

오늘은 교육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이었지만 당분간은 적용이 보류된 AI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한 현장의 엇갈린 반응,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나요?


최근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전국 교사의 80% 이상이 AIDT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것입니다. 교육 당국이 미래 교육의 총아처럼 내세운 정책이, 정작 그 정책을 실행해야 할 교사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는 현실. 이는 소통 없이 밀어붙이는 하향식 정책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예견된 실패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절망적인 통계 속에서, 우리는 아주 흥미롭고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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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실패, 소통 없는 정책의 당연한 귀결



먼저 교사들이 왜 등을 돌렸는지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교사들은 미래 교육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제대로 된 인프라와 기기 지원도 없이,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에 새로운 부담만 더하는 이 정책을 왜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이는 교사들이 이미 교육 활동 외의 과도한 행정 업무에 질식하기 직전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당연한 반발입니다. 수업 준비와 학생 상담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교사들은 온갖 공문 처리와 보고서 작성, 학교 폭력 관련 업무 등 본질적이지 않은 행정 잡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되었지만, 현실은 행정가가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실효성 없는 연수와 불완전한 시스템과 함께 도입된 AIDT는, 교육 혁신을 위한 날개가 아니라 교사의 어깨를 짓누르는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이자 행정 업무로 다가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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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vs 교육자료, 이것이 문제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이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봐야 한다고 압도적으로 응답한 지점은 단순히 명칭의 문제가 아닌,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가 가져올 수 있는 학습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우려입니다.


잘 만들어진 교과서는 단순한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교육학적 노하우가 담긴 하나의 잘 짜인 건축 설계도와 같습니다. 학생들은 그 설계도를 따라 기초부터 차근차근 지식의 뼈대를 세우고, 논리적 사고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쌓아 올립니다.


하지만 하이퍼링크와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디지털 환경은 이러한 체계적인 학습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을 공부하던 학생이 나폴레옹 링크를 누르고, 관련 영상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전투 장면에 빠져들다가, 결국 처음의 학습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는 경험을 하기 쉽습니다. 이는 전체적인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는 깊은 읽기 능력을 저해하고, 서로 연결되지 않은 지식의 파편만을 남길 위험이 큽니다.


또한, 화려한 시각 자료와 끊임없는 상호작용 요구는 학생의 뇌에 과도한 인지 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뇌가 화려한 영상과 상호작용 버튼, 팝업 퀴즈를 동시에 처리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학습 내용이라는 공은 떨어뜨리고 마는 셈입니다. 결국 ‘뭔가 재미있게 하긴 했는데, 뭘 배웠는지는 모르겠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입니다.


뜻밖의 변수, 중학교라는 ‘최적의 실험실’

이처럼 수많은 현실적, 이론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문조사는 아주 흥미로운 반전을 하나 보여줍니다. 바로 AIDT를 실제 사용 중인 중학교 현장에서는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이는 AIDT가 특정 조건 하에서는 강력한 교육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학생 발달이론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심리학자 에릭슨에 따르면, 중학생 시기는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폭풍 같은 탐색기입니다. AIDT가 제공하는 개인화된 학습 경로는, 획일적인 진도에서 벗어나 학생이 자신의 학문적 흥미와 재능을 마음껏 탐색할 수 있는 ‘안전한 심리적 놀이터’가 되어줍니다.


또한 인지 발달 이론가 피아제가 말했듯, 이 시기는 ‘추상적 사고’ 능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때입니다. AIDT의 가상 실험이나 시뮬레이션 기능은 학생들이 ‘만약 ~라면?’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직접 검증하는 ‘꼬마 과학자’가 되어보게 함으로써, 이러한 인지 발달을 효과적으로 자극합니다.


결국 중학교의 성공 신호는 우연이 아닙니다. 입시 부담이 비교적 적은 교육 환경과, 정체성 탐색 및 추상적 사고라는 학생들의 발달 과업, 그리고 AIDT의 기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이는 AIDT라는 도구의 가능성과 함께,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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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意上達 (하의상달): 현장의 목소리가 답이다

이번 AI 디지털교과서(AIDT) 논란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교육 개혁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효율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80%가 넘는 교사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교육'이라는 구호 아래 강행된 정책은 결국 현장의 혼란과 저항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습니다. 교실의 주인인 교사의 전문성과 현실적 고충을 무시한 채, 책상 위에서 설계된 청사진만으로는 결코 성공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은 셈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우리는 또한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AIDT는 절대적으로 나쁘거나 좋은 도구가 아니라, 어떤 학생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하는 섬세한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입시의 압박이 덜하고, 지적 호기심과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난 중학생들에게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성급한 전면 확대를 멈추고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교사들의 요구대로 AIDT를 획일적인 '교과서'가 아닌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교육자료'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모두가 수긍할 만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성공 경험을 축적하여, 다른 학교급으로 점진적으로 확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기술이 교육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해야 합니다.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모든 교육 개혁의 흔들림 없는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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