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5교육이슈] 교원휴가 허용, 빛 좋은 개살구?

최근 개정된 교원의 장기재직휴가와 관련하여 알아봅니다.

by 에디

안녕하세요 에디입니다 :)



오늘은 최근 교원 사회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던 ‘장기재직휴가’ 예규 개정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언뜻 보면 교원의 오랜 차별을 해소한 긍정적인 조치 같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교육 정책의 고질적인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개정은 교사들에게 ‘마음 편히 쉴 권리’를 주었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현실’은 외면한, 또 하나의 절반짜리 성공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왜 그런지, 그 구조적인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 껍데기뿐인 권리

여기까지만 보면 교원의 오랜 숙원이 해결된 해피엔딩처럼 보입니다. 차별적 조항이 사라지고, 다른 공무원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교사들에게 실행할 수 없는 권리를 명시한, 빛 좋은 개살구를 안겨준 것에 가깝습니다. 법 조문이라는 그럴싸한 허울은 갖췄지만,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알맹이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그 근거는 개정된 예규 제8조 4항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교육감은… 수업 결손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 문장이야말로 이번 개정의 핵심이자, 교묘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목입니다. 교육부 스스로도 이 제도가 현장에서 수업 결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지하고, 그 해결의 책임을 현장의 교육감에게 떠넘긴 것입니다.


결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예산과 대체 인력 지원이라는 가장 중요한 알맹이는 쏙 뺀 채, ‘대책을 마련하라’는 공허한 의무만 현장에 부여한 셈입니다. 이는 마치 군인에게 총알 없이 총만 쥐여주며 전장에 나가 싸우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권리는 주어졌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수단이 없으니 결국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교사들은 법전에 새겨진 권리를 보며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를 사용했을 때 닥쳐올 현실적인 문제들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iougwiougwiougwi.png

텅 빈 교실, 늘어나는 동료의 짐

지금 교육 현장의 현실은 어떠할까요? 통계 수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깊은 곳에는 만성적인 대체 인력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1~2주의 짧은 기간 동안 휴가를 떠나는 교사를 대신할 인력을 구하는 것은 극히 어렵습니다. 교육청별로 기간제 교사 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기 단위의 장기 계약을 선호하며, 갑작스러운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유연한 인력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교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체 강사 구인난’에 대한 교사들의 토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예체능 교과나 특수 교육 분야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대체 인력 확보는 더욱더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실제로 장기재직휴가를 신청이라도 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동료 교사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휴가를 떠난 교사의 수업을 나누어 맡거나, 자신의 수업 외에 추가적인 보결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큽니다. ‘나의 재충전’이 결국 동료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죄책감 때문에, 정작 휴가가 절실한 교사조차 선뜻 휴가를 신청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교육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야기하고, 서로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학교장의 딜레마, 책임 떠넘기기의 굴레

학교를 운영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할 학교 관리자의 입장 또한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청으로부터 명확한 지침이나 충분한 예산 지원 없이 ‘알아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학교장은 휴가 승인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혹여 휴가로 인해 수업 결손이 발생하거나,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될 경우 그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학교장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사 일정을 고려하여’라는 예규의 모호한 단서 조항은 학교장에게 휴가 승인 거부의 명분을 제공하는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교육청 차원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는, 학교장의 자의적인 판단을 낳고, 이는 교사들 사이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다른 학교에서는 암묵적인 압력으로 인해 신청조차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3mrbck3mrbck3mrb.png

무책임한 위임, 교육청의 역할 강요

결국 이번 사안은 교육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책임을 지방 교육청에 떠넘긴 무책임한 위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책 마련’이라는 추상적인 문구 뒤에 숨어, 정작 필요한 예산 확보나 인력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가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제 공은 각 시도교육청으로 넘어갔습니다. 교육감들은 이번 예규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안정적인 대체 교사 인력풀 확보를 위한 예산 증액, 단기 대체 교사 지원 시스템 구축, 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학교 문화 조성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교육청마저 현실적인 어려움을 외면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번 예규 개정은 그저 보여주기식 정책 변화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빛 좋은 개살구는 이제 그만

해외의 경우, 교사의 재충전을 위한 다양한 장기 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수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핀란드와 같은 교육 선진국에서는 교사의 전문성 개발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안식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는 물론, 전문적인 대체 교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일부 주에서는 장기 휴가를 떠나는 교사를 위한 임시 교사 풀을 운영하고, 이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지원하며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이번 예규 개정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그 실행을 위한 실질적인 고민과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법 조항 하나를 바꾼다고 해서 현장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의 행복은 곧 학생들의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교사들이 마음 편히 재충전하고, 다시 긍정적인 에너지로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입니다. 더 이상 껍데기뿐인 권리만으로는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교육 당국은 이번 예규 개정을 계기로, 교원들이 진정으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모든 선생님들의 쉼이 온전한 회복과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누구인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