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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4.

무력감 끝에 든 펜의 무게

by 에디

교실의 불을 끄고 나올 때마다 깊은 무력감이 온몸을 휘감곤 했습니다. 한때 저의 유일한 성역이자 해방구였던 그 작은 공간은, 이제 저의 명백한 한계를 증명하는 감옥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적을 올려줘도, 결국 그들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저는 그저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잠시 붙여주는 반창고 같은 존재일 뿐, 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의사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가르칠 수는 있지만, 구할 수는 없다.’

이 문장은 한동안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저주와도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대로 주저앉아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만 만족하며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열외반’의 기억과 부당하게 스러져가던 아이들의 얼굴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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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육제도에 불만을 잔뜩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겠지만, 용기 내어 적어봅니다. 당연함에 반박하는 일, 그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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