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깨고 다시 마주한 세상
키보드 앞에서 느끼는 공포는 생각보다 오래갔습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사명감과, 내 글이 누군가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책임감이 제 안에서 서로를 공격하며 저를 갉아먹었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작가’라는 이름을 붙들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그렇게 한동안은 모든 것을 놓아버린 채 지냈습니다. 거창했던 꿈도, 세상을 바꾸겠다던 다짐도 모두 잊으려 애썼습니다.
변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글쓰기를 잠시 멈추고, 저는 다시 교육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예전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며 지내는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걸음 떨어져서 다시 마주한 교육 현장은, 제가 몇 년 전 글을 통해 고발했던 그 모습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심각해져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교육 격차는 더 극심해졌고, 온라인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자극적인 불안 마케팅이 넘쳐났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제한된 정보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고, 선생님들은 과도한 업무와 민원에 시달리며 좋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조차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그 주변을 둘러싼 혼란과 불안의 안개만 더욱 짙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하면서 저는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제가 고등학생 때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부조리를 느끼고, 똑같은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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