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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육은 왜 '성공'이 아닌 '성장'을 가르치는가

막막한 현실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봅니다.

by 에디

안녕하세요, 멤버 여러분. 지난 장까지 우리는 아이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 '심리적 안전 기지'를 설계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안정감의 루틴, 용기의 문화, 연결감의 의식을 통해 우리 집, 우리 학급만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노력이 '우리만의 작은 실험'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무력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학원 강사로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깊이 발 담그고 있기에, 그 불안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끊임없이 '성공'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우리의 시야를 더 넓은 세상으로 확장해보고자 합니다. 핀란드와 덴마크로 대표되는 북유럽 교육을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정답이 아니라, 우리가 앞서 이야기 나눈 [생각-말-행동]의 원칙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이자 살아있는 증거로서 함께 탐구해보려 합니다. 이번 장의 목표는 그들의 제도를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핵심 철학을 발견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얻는 것입니다.


교육의 제1원칙: 통제가 아닌 '신뢰'


핀란드 교육 시스템의 가장 깊은 근간을 이루는 단 하나의 단어를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신뢰'입니다. 이는 외부의 평가나 가시적인 성취만을 좇는 성공 지향적 교육이 아닌, 교사와 학생 모두의 내적인 '성장'을 존중하는 핀란드 교육 철학의 시작점입니다. 국가가 교사를, 교사가 학생을, 그리고 사회가 학교를 믿어주는 강력한 신뢰의 문화 위에서 핀란드 교육은 꽃을 피웁니다.


핀란드에서 교사는 사회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이며,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는 등 선발 과정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일단 교사가 되면, 국가는 교육 과정과 평가 방식에 대한 막대한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교육청의 잦은 감사나 획일적인 지침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자율성은 결코 방임이 아닙니다.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통해 확보된 교사의 높은 전문성과, 그에 따르는 무거운 사회적 책임감을 사회가 믿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즉, ‘높은 전문성 → 사회적 신뢰 → 교사의 자율성 보장 → 책임감을 통한 신뢰의 재확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핀란드 교육을 떠받치는 핵심인 것입니다.


이러한 신뢰는 학생에게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핀란드의 학교는 아이들을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주체로 바라봅니다. 수업 45분 후 주어지는 15분의 충분한 휴식 시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적은 수준의 숙제,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는 모두 학생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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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육제도에 불만을 잔뜩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겠지만, 용기 내어 적어봅니다. 당연함에 반박하는 일, 그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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