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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y 02. 2020

[국보 98호] 청자 상감모란문 항아리

고려청자하면 어딘가 수직적인 느낌을 줄 것만 같다. 그러나 국보 98호 청자 상감모란문 항아리는 고려청자로서의 정체성을 의심할 정도로 좌우로 팽창되어 있되 독특한 조형미로 결코 늘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팽팽한 탄력성이 물씬 묻어난다. 이는 적당할 정도로 부풀러진 볼륨감 때문일 것이다. 우리네 미술은 항상 적당히를 안다. 그 이상 넘어가면 과하고 그 이하로 줄어들면 왜소해보일 수 있는 그 경계를 알아보고 인간의 눈과 마음으로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기준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조형미에서 끝나면 어딘가 아쉬울 법한데 양 옆으로 붙은 손잡이는 단조로운 심심함을 극복해준다. 손잡이는 두 사자가 입을 벌리고 있고 입과 입 사이를 손잡이가 연결해주는 형태다. 사자의 털들이 환상적으로 조각하여 시원시원한 항아리에 의외의 섬세함이 어우러져 있다. 



상감그림도 빠뜨릴 수 없다. 보통 상감무늬는 여러 그림을 작고 촘촘하게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항아리는 자질구레한 그림들을 다 빼고 오로지 단 하나의 그림으로만 승부한다. 도공의 그림인지 전문 화공의 실력인지는 모르겠으나 항아리 전면부를 다 차지할 정도의 모란꽃 그림 하나만 큼지막하게 그리겠다는 강한 자신감이 그림에서 묻어져 나온다.  흰 모란꽃 동서남북으로 검은 잎들이 모란꽃을 둘러주고 있다. 마치 잎들이 꽃을 지켜주기라도 하는 듯 왠지 모란꽃 신성하게 보인다. 항아리의 색깔도 여타 청자와는 달리 흙의 비율을 조절해 담녹색의 깊은 진심을 우러내고 있다. 청자 상감모란문 항아리는 고려 도공들이 색과 조형 면에서 탁월한 성취를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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