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여주, 충주 등은 폐사지 코스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동네다. 원주의 폐사지로는 법천사지와 거돈사지가 늘 거론된다. 통일신라 시대였던 725년(성덕왕 24년) 창건된 법천사는 원래 법고사라는 명칭이었지만 고려시대에 접어들며 지광국사가 주지로 부임하면서 이름이 법천사로 바뀌었다. 원주 출신의 승려 지광국사는 무려 6명의 고려 국왕들을 모셨으며 국사와 왕사로 추대되기도 했다. 현재 법천사지는 그 터와 바스라진 기운만 가득하지만 그 자리에 지광국사를 기리는 현묘탑비가 외롭게 서 있고, 지광국사를 기리는 지광국사(현묘)탑은 지금의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다. 현장에 있는 현묘탑비는 국보 59호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리 중인 지광국가현묘탑은 국보 101호에 지정되었다.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에 놓여있는 석탑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관리의 목적으로 경복궁에 두었던 것을 꾸준히 서울에 보관하다가 중앙박물관으로 이어진 경우들이다. 그러나 국보 101호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만은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으로 옮기지 않았고 경복궁에 그대로 두었다.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1912년 일본으로 밀반출되었다가 1915년 경복궁으로 돌아왔다. 이는 총독부가 한국의 문화재를 직접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지광국사탑은 높이 6m 가량의 사각형의 승탑이다. 보통 승탑은 팔각당이 일반적이지만 지광국사탑은 석가모니를 위한 석탑처럼 사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광국사를 석가모니에 준하는 지위로 모신 것이다. 지광국사탑은 부위별로 찬찬이 뜯어보면 반나절은 걸릴 만큼 장식성이 짙다. 기단부에는 각 기단별로 상이한 문양들이 새겨져있고 탑신부에서는 각 면에 불상 부조들과 창문들을 조각해두었다. 지붕돌에는 이국적인 휘장을 둘러 승탑을 구경하는 눈이 정신없이 바쁘다. 승탑 자체의 정교함도 정교함이지만 이 정도로 촘촘한 구성의 승탑이 온전하게 남아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사실 지광국사탑은 한국전쟁 때 크게 손실된 적이 있고 지금의 지광국사탑은 간신히 복원하였다고 한다.
지광국사현묘탑이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은 서울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리면 바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