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국보들을 찬찬히 나열해서 살펴보다면 특이한 종류의 불상을 여러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불상들이 이다지도 많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우리 문화미술에 무지했다는 점이 부끄럽다. 국보 106호인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은 비석형의 불상이다. 끝의 3단어 '불비상'이란 그런 뜻이다. 1960년 지금의 세종특별자치시 비암사에서 3개의 불비상이 발견되었다. 비암사는 통일신라 당시의 사찰로 3개의 불비상 모두 비암사 3층 석탑에서 출토되어 통일신라 시대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문에 나와있듯 전씨 일가가 계유명에 발원하여 만든 불비상으로 통일신라임을 감안하면 계유명은 673년, 문무왕 13년이니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직후의 작품이다. 명문에서 백제의 관등명이 나오는데 이로 말미암아 발원자 전씨는 백제 출신이 아닌가 한다.
정육면체의 이 불비상은 위아래 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4면에 불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정면에는 테두리를 꽉 채우고 있는 연꽃대좌 위에 아미타불이 정 가운데서 가부좌를 틀고 늠름히 자리하고 있다. 아미타불 양옆으로 보살들이 도열하고 있고 각 보살마다 원형 광배를 꽃잎으로 장식해두었다. 이때 본존불인 아미타불의 삽형 광배는 아미타불은 물론 보살들의 전신까지 아우를 정도로 거대하게 조각되어 있다. 가히 아미타불의 권위를 드높여주는 광배 장식이다. 이 광배 장식은 3단 구성으로 매단마다 전부 상이한 문양이 조각되어 있어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심지어 광배 최외곽은 비천상들이 멋지게 비상하고 있다. 불비상의 뒷면은 4오 5열 질서로 좌불들이 동일하게 조각되어 하나의 패턴을 만들어주고 있다.
좌우 양옆으로는 대칭적으로 4명의 불상들이 나뭇가지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하단의 여백은 용머리로 채워넣었다. 측면의 조각은 종교적으로 영험한 동시에 장엄한 느낌을 자아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의 가치는 백제와 신라의 교묘한 절충합에 있다.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은 현재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