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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Sep 17. 2020

[국보 114호] 청자 상감모란국화문 참외모양 병

국보 114호 (사진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국보 114호인 '청자 상감모란국화문 참외모양 병'만 놓고 보면 충분히 독자적인 개성과 아름다움의 몫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똑같은 참외모양 청자인 국보 94호와 비교해본다면 누구나 국보 94호 쪽으로 마음이 쏠릴 것이다.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림이 상감되어 있느냐의 여부겠지만 조형적인 면에서 비교가 많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전체적인 볼륨감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한눈에 보더라도 국보 94호는 안정적인 편안함을 주는데 국보 114호는 어딘가 둔한 느낌이다. 국보 94호의 참외모양 청자병은 굴곡진 곡선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국보 114호의 경우 가슴부분이 지나치리만큼 과장되어 골격이 다소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좀 더 디테일하게 보는 사람들은 두 작품의 가장 본질적인 아름다움의 차이를 주둥이와 받침대에서 찾을 것이다. 우선 주둥이를 보면 국보 114호는 단순한 띠로 두르지만 국보 94호는 평범할 수 있는 주둥이마저 마치 활짝 핀 연꽃을 연상하게 해두었다. 받침대의 경우도 두 작품의 차이점은 확연하다. 국보 94호의 받침대는 몸통의 볼륨감을 활짝 핀 연꽃의 주둥이와 춤을 추는 여인의 옷주름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곡선으로 경쾌하면서도 유려한 자태를 취하고 있으나 국보 114호는 시종일관 둔탁한 요소를 고집한다. 이렇듯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 시도는 안목을 키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국보 114호(좌)와 국보 94호(우)


국보 114호를 너무 혹평한 거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국보 114호의 상감모란문양과 국화문양은 섬세한 고려인들의 상감솜씨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꽃봉우리와 잎은 흰색으로, 줄기는 검은색으로 대조시켜 적절한 흑백의 비율을 구사하고 있으며 모란꽃과 국화꽃을 번갈아 그리는 생각 또한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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