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 Jan 07. 2020

[국보 10호] 실상사 백장암 3층석탑, 조화로움의 미

   국보 10호인 남원 실상사 백장암 3층 석탑의 정확한 연대를 알 수는 없으나 통일신라 9세기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실상사는 신라 42대 국왕인 흥덕왕 3년 째인 828년 지금의 전북 남원에 창건되었다. 실상사로부터 약 5km 가량 북쪽으로 가다보면 백장암이라는 암자가 나온다. 원래 암자가 사찰 옆에 딸려 있는 건축구조는 보편적이지만 이토록 암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는 특이한 경우다.  국보 10호인 실상사 백장암 3층 석탑은 실상사 중에서도 백장암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출처: 불교신문


  실상사 백장암 3층 석탑은 3층이라는 양식에서 알 수 있듯이 통일신라 전형의 양식이다. 통일신라 연간엔 90% 이상이 3층 양식으로 만들어졌고, 전국에 있는 3층 석탑들도 대부분 통일신라 혹은 고려 초기로 소급되고 있다. 통일신라는 중대와 하대로 나뉘는데, 중대에선 고전적 미술양식이 완성되었다면 하대에서는 완성된 고전양식에 틀을 깨는 새로운 형식들이 시도되었다. 석탑을 만드는 조석예술에서는 3층이라는 기본양식을 고전적 방법으로 두고 이를 바탕으로 파격을 가하는 이형탑들이 만들어졌다. 미술사에서 신라 중대와 하대를 공존시키고 있는 경계선이 불국사이다. 불국사에는 3층을 기본으로 하는 고전적 양식의 석가탑이 있고 그 옆에 이형탑이 다보탑이 있다. 


   실상사 백장암 3층 석탑도 9세기 하대에 조각된 석탑으로 완벽한 이형탑은 아니지만 3층양식이란 토대로 디테일 면에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이형적 요소들이 시도되었다. 우선 일반적인 석탑은 층이 높아질 수록 좁아지는 체감률이라는 게 있는데, 이 탑은 체감률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거의 일직선으로 곧은 맵시를 보인다. 또한 받침돌을 최소화하여 몸통부를 자신감 있게 드러내고 있으며, 각 탑신면에는 각종 불상들을 조각해넣어 장식성을 가미하였다. 받침돌을 최소화하는 방식에서 자칫 안정감이 부족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탑신의 1층 높이를 의도적으로 높여 보완하였다. 이 또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석탑양식이다. 체감률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곧은 직선에 또 곧바로 상승하는 상륜부는 탑의 수직성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실상사 백장암 3층 석탑은 그대로도 멋지긴 하지만 예술이라 함은 나무와 함께 숲도 바라볼 줄 알야아한다. 동양예술에선 특히 더 그렇다. 동양의 건축이나 전통적 설치예술은 혼자 돋보이는 방식을 병적으로 기피하고 조화로움, 즉 "얼마나 어울리는가"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탑이라는 것은 본디 그 탑이 공존하고 있는 사찰 전체 속에서 파악하고 더 나아가 주변 자연과의 배치까지 파악해야 한다. 다만 목조건축이 대부분이었던 한국 사찰들은 화재로 남아있지 않고 석탑만 덩그러니 놓여 있기에 맥락 파악에 다소 제한이 가해진다. 국보 10호인 실상사 백장암 3층 석탑 옆에는 보물 40호인 백장암 석등이 놓여 있다. 비록 석등 자체로만 보고는 빼어남에 감탄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백장암 3층 석탑과 석등을 동시에 놓고 본다면 그 조화로움에 감복하게 된다. 사람은 혼자서 빛날 수 없듯이 사람이 빚는 예술도 혼자서 빛날 수 없는 법이다.


사진출처: 문화유산 채널


작가의 이전글 [국보 9호] 정림사지 5층 석탑, 비운의 백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