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보 13호~15호까지 모두 맞배지붕에 주심포 양식을 취하고 있는 건축양식이다. 세 개의 국보를 통해서 동양건축의 단아하고 정갈하고 소박한 멋짐이 맞배지붕과 주심포 양식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 전형을 확실하게 파악해볼 수 있다. 국보 15호는 안동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이다. 봉정사 자체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되었지만 극락전은 고려 초기에 지어졌으며 앞서 말한 대로 극락(보)전은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는 전각이다.
국보 13호와 14호에 걸쳐 맞배지붕과 주심포 양식에 대해 말했으니 구태여 건축양식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봉정사 극락전을 봤을 때 국보 13호였던 무위사 극락보전에 비해 상당히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주 선명한 색으로 채색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위사 극락보전은 조선시대에 지어졌고 봉정사 극락전은 고려 초기에 만들어졌으니 시간차가 꽤 나는데도 봉정사 극락전이 훨씬 화려해 어제 갓 만들어진 사찰 같으며 무위사 극락보전은 예스러운 고풍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눈치채셨다시피 봉정사 극락전은 1972년과 2000년에 해체 수립 작업을 거쳐 복원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문화재를 감상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유구한 세월을 품고 있는 기운 때문이다. 그러나 봉정사 극락전은 그러한 고식을 느껴보기가 힘들다. 심지어 창건된 시점만 따지고 보면 봉정사 극락전이 남한에 남아 있는 건물들 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임에도 말이다!
그러나 구조 자체만 찬찬이 뜯어보면 걸작임에는 틀림없다. 정면 3칸짜리 건물에 각 칸마다 창 혹은 문을 넓지하게 냈다. 지붕의 경우 무위사 극락보전은 용마루의 휜 곡선이 킬링 포인트라면 봉정사 극락전은 경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천진스러움을 자아내는 지붕이 킬링 포인트다. 여기에 더 디테일한 안목을 더해보자면 봉정사에 그려져 있는 복화반이다. 이 복화반은 다른 건축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림으로 고구려 벽화에서만 확인된다고 한다. 즉 봉정사 극락전은 고려 초기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던 옛 고구려 양식을 반영했다는 뜻이 된다.
여러 전문가들은 봉정사 극락전의 구조미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내부에서 보이는 목조기둥들의 골조가 빚어내는 건축선은 공업적이면서도 선의 예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필요한 기둥을 과감하게 생략해서 내부 공간을 더욱 넓직하게 마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