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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Jan 09. 2020

[국보 16호] 법흥사지 칠층전탑, 이게 탑이야?

   대한민국의 대표여행지를 이야기하다보면 빠지지 않는 도시 중 하나가 안동이다. 오랫동안 양반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던 안동에는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월영교, 안동찜닭, 안동소주 등 가볼만 한 곳이 너무 많다. 그러나 여행의 고수라면 안동을 여행갔을 때 몇 군데 추가적으로 반드시 찍고 와야 하는 곳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국보 15호에서 소개했던 봉정사이고, 이번에는 법흥사지 칠층전탑을 소개하겠다. 각 지역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있다. 경주에는 첨성대가 있을 것이고, 부여는 정림사지 5층 석탑이 있고, 서울에는 광화문이 있다. 이 랜드마크들은 내가 이곳에 왔다는 증거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안동에는 그런 랜드마크가 꽤 많다. 그런데 규모로 보나 독특함으로 보나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충분히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워낙 알려지지 않은 조형물이라 안동에 왔음을 증명하는 용도로 같이 사진 찍기 애매하다. 국보 16호인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그런 조형물이다.


   일단 이름부터 놀랍다. 전탑이라니. 전탑이란 벽돌로 만든 탑을 말한다. 본래 중국은 전탑 위주, 한국은 석탑 위주, 일본은 목탑 위주였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전탑을 보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나마 목탑의 경우 삼국시대 초창기에는 많이 만들어 그 흔적은 있다만 전탑은 확실히 이색적이다. 그런 전탑이 안동에만 2개씩이나 있다. 하나는 보물 56호로 지정된 동부동 5층전탑이다. 정말이지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탑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 글의 주인공인 법흥동에 있는 법흥사지 칠층전탑이다. 


사진 출처: 문화유산채널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 때 조선 정부는 안동을 양반 사대부의 고향으로 만들고자 이곳에 있던 절들을 폐사시켜나갔다. 이 과정에서 법흥사가 소실되었지만 이 거대한 전탑만큼은 어쩌지 못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현존하는 탑들 중 가장 높이가 높은 법흥사지 칠층전탑을 보면 우선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탑이 아니라 건물이다. 첫인상에 압도되지만 법흥사지 칠층전탑을 자세히 뜯어다보면 의아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탑신, 즉 탑의 몸통만 있고 상륜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단부도 일제강점기 당시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시멘트를 부어버려 기단부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다.

사진출처: 문화유산채널


   법흥사와 법흥사지 칠층전탑 모두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며 한때 법흥사지 칠층전탑을 '신세동 칠층전탑'으로 불렀으나 이는 표기오류가 빚어낸 오기고, 공식 명칭은 '법흥사지 칠층전탑'이다. 확실히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워낙 거대해서 사진찍기도 힘들다. 그러나 분명 양식 면에서나 규모 면에서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우리나라의 희귀보물인 셈은 확실하다. 이 거대한 보물을 나 혼자만 알고 싶은 마음도 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걸 보면 미에 대한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 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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