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 Jan 11. 2020

[국보 18호] 부석사 무량수전, 부석사 시리즈②

  대한민국의 목조건축물 중에 가장 아름답고 멋진 작품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꼽을 것이고, 아마 이견도 많이 없으리라 확신한다. 그만큼 많은 전문가들과 평론가들이 부석사 무량수전에 대해 뛰어난 글들을 남겼기 때문에 감히 부석사 무량수전에 대한 내 글을 쓰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굳이 필요성까지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 


사진출처: 문화유산채널


  한국미술사학계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최순우 선생님께선 부석사 무량수전에 대해 완벽하리만큼 아름다운 글을 써놓으셨다. 이 글 하나만으로 당신께서 부석사 무량수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리고 부석사 무량수전이 얼마나 대단한 목조건축물인 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다. 그의 미술 평론 책이름부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이다.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 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최순우 선생님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유홍준 교수도 부석사 무량수전은 비 온 뒤 막 갰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아주 독특한 건축양식을 취하고 있다. 앞서 무위사 극락보전, 거산암 영산전, 봉정사 극락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목조건축에서 주심포 양식과 맞배지붕은 건축의 단순하고 단아하고 정갈한 멋을 내기 위해 하나의 세트처럼 엮인다. 건물 자체의 장식성과 웅장함을 배제시키고 건축 그 자체의 맵시와 필치를 느끼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석사 무량수전의 경우 주심포 양식에 팔작지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팔작지붕은 건축의 웅장함을 빚어낼 때 쓰이는 지붕 양식이다. 그러나 건물 자체가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화려해보이진 않는다. 팔작지붕을 통해 건물을 의젓하고 늠름하게 보이게 하면서 주심포 양식과 목재 특유의 색상을 통해 정감 가는 맛을 결코 잃지는 않았다. 즉 부석사 무량수전이야말로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원리를 가장 잘 나타내는 목조건축물이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봐도 무량수전으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그 미덕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https://m.popco.net/photoView.php?IDX=788&BID=mobile_gallery


   사찰 여행 시 많은 사람들이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관람 뷰가 있다. 불교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종교심은 상당했기 때문에 사찰과 관련된 뭐 하나를 만들더라도 최적의 조건 하에서 만들려고 했다. 하물며 사찰 그 자체를 창건할 때는 당연히 지리적으로 가장 길한 곳을 골라야 했을 것이다. 부석사를 창건한 통일 신라의 의상 대사는 왕실의 비호와 지원까지 받고 있던 터라 길지 중에서도 길지를 택할 수 있는 힘과 권한이 있었다. 풍수지리적으로 길지라 함은 풍수지리에 대해 모르는 일반인조차 그 자리에서 보이는 자연경관의 뷰가 탁월해야 한다. 산 속 사찰을 여행가서 이 사찰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려면 사찰을 등지고 사찰이 바라보고 있는 같은 시선으로 자연 경관을 살펴봐야 한다. 부석사 무량수전 역시 마찬가지다. 부석사 무량수전이 얼마나 대단하고 중요한 곳에 있는지는 무량수전을 뒤로 한 채 무량수전이 바라보고 있을 한반도의 피부를 바라봐야 한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진다. (중략)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바끄 그 넓은 터전을 여러 층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진 출처: 허브줌


작가의 이전글 [국보 17호] 부석사 무량수전 석등, 부석사 시리즈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