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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Feb 05. 2020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 평창의 울림

   우리나라 종소리의 청아함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로 환산한 카이스트 이병호 박사의 결과에서 성덕대왕 신종이 86.6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55.7점으로 2위를 차지한 범종은 '상원사 동종'이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문화재의 가치는 정확한 수치로 순위화할 수 없는 무정형의 감각들이 함의되어 있다. 이병호 박사의 연구는 성덕대왕 신종의 신비로움을 알기 쉽게 설명한 방편의 하나이며 성덕대왕 신종 외 다른 범종들의 종성을 깎아내리는 용도는 결코 아니다.


    상원사는 지금의 강원도 평창 오대산 깊숙이에 있는 사찰로 원래 신라시대 때부터 있던 사찰이었으나 이때 사찰의 이름은 '진여원'이었고 고려시대 때 진여원을 증축하면서 이름을 상원사로 개칭하였다. 상원사가 '진여원'이던 시절, 그러니까 신라시대 중엽 성덕왕의 지시로 동종을 제작하니 이것이 지금의 상원사 동종이다. 725년 제작되었던 상원사 동종은 현존하는 범종들 중 가장 오래된 동종으로 성덕대왕 신종보다 앞선다. (성덕대왕 신종은 신라의 경덕왕이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 성덕왕을 위해 만든 범종이고, 상원사 동종은 그 성덕왕이 생전 왕이던 시절에 직접 제작한 범종이다.) 사실 성덕왕이 처음 이 범종을 만들 때 상원사에 봉안하기 위해 만든 종은 아니었다. 제작 당시 이 범종이 어느 사찰에 있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조선시대에 와서 안동에서 이 범종이 발견되었고 7대 임금이었던 세조는 역사가 오래된 귀중한 보물이니 함부로 훼손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며 왕실에서 직접 관리했다고 한다. 세조 사후 즉위한 8대 임금 조선의 예종은 생전 세조가 이 범종을 유독 좋아함을 감안해 왕실보다는 사찰에서 관리하는 것이 더 문화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지금의 평창 오대산 상원사에서 보관하도록 했다.



   상원사 동종의 높이는 1.67m로 성덕대왕 신종의 약 1/2 크기다. 그러나 용틀임하는 종고리는 성덕대왕 신종의 종고리 크기와 거의 비슷해 상원사 동종의 종고리는 보는 사람의 시선을 강탈한다. 종의 몸통에는 구름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주악비천상을 새겼고, 목어를 타종하는 지점에는 특이하게도 연꽃과 덩굴 무늬의 원형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장식 용도뿐 아니라 소리의 울림을 도와준다고 한다. 상원사 동종의 유두는 성덕대왕신종과는 달리 튀어나와 있으며 종의 위아래 테두리 그리고 유두를 감싸고 있는 유곽대에도 몽환적인 그림들이 장식되어 있다. 



형태적으로 본다면 언뜻 항아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상원사 동종은 종의 아랫배 부분을 부풀린 이후 다시 좁아지는 형태를 띄고 있는데, 성덕대왕신종의 선이 고혹적이라면 상원사 동종의 선은 푸근하다. 성덕대왕신종은 범접하기 힘든 절대자적인 고고함이 있으나 상원사 동종은 왠지 멀지 않은 어디간에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친근함이 든다.


상원사 동종(좌)과 성덕대왕 신종(우)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이 상원사 동종의 존재를 알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우수한 퍼포먼스로 세계적인 인정과 찬사를 받았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시작을 알린 타종이 바로 상원사 동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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